어느 팀이든 팀과 궁합이 맞는 선수가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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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의 홈런 퍼레이드는 이제 더이상 놀랄 일이 아니다. 그렇게 홈구장의 특성을 살려 팀 컬러를 만들어낸 넥센에 스나이더는 적합한 외국인 타자였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몸값에 KBO리그를 경험한 타자. 게다가 장타력도 검증됐다.
스나이더는 지난해 대체 선수로 LG에 입단해 37경기서 타율 2할1푼 4홈런 17타점으로 실망스러운 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완전히 다른 타자가 됐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8경기서 타율 4할3푼3리 2홈런 6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이 기대는 오키나와 스프링캠프까지 이어졌다. 연일 장타를 날렸다. 하지만 막상 시즌이 개막하자, 예상과는 다른 부진이 이어졌다. 6번에서 시작한 타순은 어느새 8번까지 떨어졌고, 벤치를 지키는 날이 많아졌다. 며칠 휴식을 줘보기도 했다. 하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넥센은 스나이더를 엔트리에서 말소시켰다. 자유롭게 훈련하고, 2군에서 경기를 뛰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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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나이더는 1군 엔트리에 복귀한 지난달 12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시즌 1호 홈런 포함 4타수 3안타 1타점으로 맹활약했다. 하지만 활약은 꾸준하지 못했다. 터지는 날과 아닌 날의 차이가 컸다. 지난 주말 SK 와이번스와의 3연전에서는 15타수 1안타에 그쳤다. 특히 30일 경기에서는 연장까지 6타수 무안타를 기록하면서 잔루를 무려 12개나 남기는 굴욕을 맛봤다.
계속 해서 스나이더에 대해 인내심을 가져온 염경엽 감독은 또다시 스나이더와 면담을 했다. 그동안 했던 얘기와 달라진 건 없었다. "삼진을 먹어도 좋다. 편하게 해라."
조언 이후 또 거짓말처럼 스나이더는 살아났다. 2일 목동 한화 이글스전에서 한국 데뷔 후 최초로 한 경기 멀티홈런을 날렸다. 동점 투런포와 동점 솔로홈런, 영양가도 만점이었다.
2일 현재 스나이더의 시즌 홈런은 7개. 넥센이 기대한 수치만큼은 아니다. 하지만 스나이더는 시련에 부딪히고, 또 이를 이겨내면서 조금씩 성장해가고 있다. 지난해 넥센 외국인 타자 로티노가 때려낸 홈런은 시즌 내내 단 2개에 불과했다. '장타 군단' 넥센에서 스나이더는 분명 자기 역할을 해나가고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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