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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앞에 노출된 투수들, 보호대책 필요하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5-31 10:41


이틀 연속 아찔한 장면이 야구장에서 나왔다. 29일 울산에서, 그리고 30일 수원에서. 총알같은 타구가 투수를 향해 날아갔다. 29일 한화 이글스 안영명은 롯데 자이언츠 아두치가 친 타구에 왼쪽 가슴에 맞았고, 30일 두산 베어스 노경은은 kt 위즈 김민혁이 날린 공을 기적적으로 글러브로 낚아챘다.


2015 KBO리그 롯데자이언츠와 한화이글스의 경기가 29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렸다. 한화 선발 안영명이 롯데 3회말 선두타자 황재균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한후 후속타자 아두치의 직선타구에 가슴을 맞아 조기교체되고 있다. 울산=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5.29/
안영명은 가슴에 극심한 통증을 호소해 병원에서 MRI(자기공명영상)와 심전도 검사등을 받았다. 천만다행으로 큰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속적인 관찰과 보호가 필요한 상태다. 노경은의 경우 타구에 맞진 않았다. 그러나 그는 이미 올해 초 미국 애리조나캠프에서 연습도중 동료의 타구에 턱을 맞아 중상(복합골절)을 입었던 선수다. 노경은 본인은 물론, 두산 관계자와 야구팬들은 그 기억 때문에 더 크게 가슴을 쓸어내렸다.

투수를 향하는 직선타는 사실 자주 발생하진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야구를 하다보면 일어날 수도 있는 장면"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위험하다. 순간적으로 투수를 향해 날아오는 직선타구는 얼마든지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흉기'이기 때문이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안영명이 공에 맞은 다음날 "얼굴 쪽으로 날아왔다면 안영명은 죽을 수도 있었다"며 격노했다.

이 분노는 사실 공을 친 아두치나 롯데 쪽을 향한 것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이런 현상이 방지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KBO 시스템의 허점을 향해 날린 쓴소리다. 비단 김 감독의 발언이 아니더라도 어떻게 해서든 투수가 직선타에 맞아 다치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은 필요하다. 현 시스템에서 이런 위험성을 미리 줄일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KBO, 공인구 반발력 철저히 관리하라

우선 공인구의 반발력을 좀 더 세밀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야구 현장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공공연하게 "타구의 스피드와 비거리가 이상하게 늘어났다"는 지적을 해왔다. 실제로 지난 4월 KBO가 현재 쓰이고 있는 4개 회사의 공인구 반발계수를 조사한 결과 한 회사의 공인구 반발계수가 기준치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감독, 코칭스태프, 선수들의 "공이 전보다 더 빠르고 멀리 나간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다.

공인구를 만드는 회사가 무려 4개나 되고, 각 팀마다 서로 다른 회사의 공인구를 사용하다보니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구조적으로 정교한 품질 관리가 어려운 구조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공인구 제작업체들은 생산비 절감을 위해 중국이나 대만 등의 생산 공장에서 공을 만든다. 품질 관리가 100% 이뤄진다고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KBO는 매년 시즌 개막을 앞두고 공인구 신청업체를 대상으로 품질 테스트를 한다. 이후에도 시즌 중 3~4차례 수시 검사를 하는 원칙을 갖고 있다. 하지만 검사가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 지, 그리고 검사 결과는 어떻게 나왔고, 시기별로 검사 수치는 어떻게 변동됐는 지 등을 상세히 공개하진 않았다. '통과했다/아니다' 정도에 그쳤다. 10개 구단 체제로 800만 관중을 바라보는 시대에는 맞지 않는다.


다행히 내년부터 KBO는 공인구 업체를 단일화하기로 했다. 진작에 이뤄졌어야 할 일인데, 프로야구 개막 후 33년이나 걸렸다. 어쨌든 내년에 단일 업체에서 균등한 품질의 공을 만들어내기 전까지라도 지속적이고 상세한 공인구 품질 검사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올해에 한시적으로라도 월별 1회 정도의 공인구 검사를 실시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2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5 프로야구 SK와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두산 노경은이 8회초 주심의 볼 판정에 아쉬워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5.22.
투수들, 직선타 대비 훈련 해야 한다

두 번째는 훈련 과정에서의 철저한 대비다. 팀마다 이뤄지는 투수조 연습 가운데에는 타자의 직선타구를 막는 훈련도 포함돼 있다. 이런 방식으로 이뤄진다. 일단 그물망을 앞에 세워두고 그 뒤쪽에 투수조가 순서대로 준비하고 있다. 그 반대쪽에는 투수코치가 훈련 보조요원과 함께 노크 배트를 쥐고 선다. 먼저 투수가 그물쪽을 향해 섀도 피칭을 한다. 그 즉시 코치가 공을 그물망쪽으로 강하게 받아쳐친다. 그럼 투수가 글러브를 들어올려 그 공을 막아내는 동작을 한다. 이걸 모든 투수들이 번갈아가며 반복 시행한다.

타자가 친 공이 투수를 향해 날아오는 상황을 가정하고 하는 수비 훈련. 사실 이 훈련의 진정한 목적은 공을 잡는 것보다는 직선타구에 대한 경계심과 반사능력을 키워 투수가 다치는 경우를 최소화하는 데 있다. 그런 면에서는 수비 훈련이라기 보다 '안전 교육'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때로는 이 훈련법을 변형시켜 시행하기도 한다. 투수진과 코치 사이의 거리를 멀리 벌린 뒤 그물망을 치운다. 투수가 코치 쪽을 향해 섀도 피칭을 하는 것과 그 즉시 코치가 공을 치는 것까진 똑같다. 하지만 거리가 일단 더 멀고, 코치도 공을 강하게 치지 않고 원바운드로 '툭' 친다. 투수는 그 공을 잡거나 잡아서 다시 던지는 것으로 훈련 사이클을 완료한다. 앞서 그물망을 설치한 뒤 강하게 치는 것과 목적은 같다.

그런데 사실 이런 훈련이 자주 이뤄지는 편은 아니다. 투수조 수비연습은 보통 3연전의 첫 날쯤 이뤄지고, 다음 이틀간은 잘 진행되지 않는다. 워낙에 직선타 상황이 드물기 때문이다. 한화 역시 울산 원정 3연전 첫 날인 29일에 이 훈련을 했다. 올해 투수를 향해 빠른 공이 날아온다는 것을 의식한 훈련이었다. 그럼에도 안영명이 타구를 제대로 피하지 못할 정도였다. 때문에 이런 식의 훈련을 지속적으로 팀에서 강조해야 할 필요가 있다. 드물게 나오는 상황이더라도 그 결과가 워낙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경각심을 더욱 키워서 손해될 것은 없다.


울산=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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