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연속 아찔한 장면이 야구장에서 나왔다. 29일 울산에서, 그리고 30일 수원에서. 총알같은 타구가 투수를 향해 날아갔다. 29일 한화 이글스 안영명은 롯데 자이언츠 아두치가 친 타구에 왼쪽 가슴에 맞았고, 30일 두산 베어스 노경은은 kt 위즈 김민혁이 날린 공을 기적적으로 글러브로 낚아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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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노는 사실 공을 친 아두치나 롯데 쪽을 향한 것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이런 현상이 방지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KBO 시스템의 허점을 향해 날린 쓴소리다. 비단 김 감독의 발언이 아니더라도 어떻게 해서든 투수가 직선타에 맞아 다치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은 필요하다. 현 시스템에서 이런 위험성을 미리 줄일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KBO, 공인구 반발력 철저히 관리하라
공인구를 만드는 회사가 무려 4개나 되고, 각 팀마다 서로 다른 회사의 공인구를 사용하다보니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구조적으로 정교한 품질 관리가 어려운 구조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공인구 제작업체들은 생산비 절감을 위해 중국이나 대만 등의 생산 공장에서 공을 만든다. 품질 관리가 100% 이뤄진다고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KBO는 매년 시즌 개막을 앞두고 공인구 신청업체를 대상으로 품질 테스트를 한다. 이후에도 시즌 중 3~4차례 수시 검사를 하는 원칙을 갖고 있다. 하지만 검사가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 지, 그리고 검사 결과는 어떻게 나왔고, 시기별로 검사 수치는 어떻게 변동됐는 지 등을 상세히 공개하진 않았다. '통과했다/아니다' 정도에 그쳤다. 10개 구단 체제로 800만 관중을 바라보는 시대에는 맞지 않는다.
다행히 내년부터 KBO는 공인구 업체를 단일화하기로 했다. 진작에 이뤄졌어야 할 일인데, 프로야구 개막 후 33년이나 걸렸다. 어쨌든 내년에 단일 업체에서 균등한 품질의 공을 만들어내기 전까지라도 지속적이고 상세한 공인구 품질 검사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올해에 한시적으로라도 월별 1회 정도의 공인구 검사를 실시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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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훈련 과정에서의 철저한 대비다. 팀마다 이뤄지는 투수조 연습 가운데에는 타자의 직선타구를 막는 훈련도 포함돼 있다. 이런 방식으로 이뤄진다. 일단 그물망을 앞에 세워두고 그 뒤쪽에 투수조가 순서대로 준비하고 있다. 그 반대쪽에는 투수코치가 훈련 보조요원과 함께 노크 배트를 쥐고 선다. 먼저 투수가 그물쪽을 향해 섀도 피칭을 한다. 그 즉시 코치가 공을 그물망쪽으로 강하게 받아쳐친다. 그럼 투수가 글러브를 들어올려 그 공을 막아내는 동작을 한다. 이걸 모든 투수들이 번갈아가며 반복 시행한다.
타자가 친 공이 투수를 향해 날아오는 상황을 가정하고 하는 수비 훈련. 사실 이 훈련의 진정한 목적은 공을 잡는 것보다는 직선타구에 대한 경계심과 반사능력을 키워 투수가 다치는 경우를 최소화하는 데 있다. 그런 면에서는 수비 훈련이라기 보다 '안전 교육'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때로는 이 훈련법을 변형시켜 시행하기도 한다. 투수진과 코치 사이의 거리를 멀리 벌린 뒤 그물망을 치운다. 투수가 코치 쪽을 향해 섀도 피칭을 하는 것과 그 즉시 코치가 공을 치는 것까진 똑같다. 하지만 거리가 일단 더 멀고, 코치도 공을 강하게 치지 않고 원바운드로 '툭' 친다. 투수는 그 공을 잡거나 잡아서 다시 던지는 것으로 훈련 사이클을 완료한다. 앞서 그물망을 설치한 뒤 강하게 치는 것과 목적은 같다.
그런데 사실 이런 훈련이 자주 이뤄지는 편은 아니다. 투수조 수비연습은 보통 3연전의 첫 날쯤 이뤄지고, 다음 이틀간은 잘 진행되지 않는다. 워낙에 직선타 상황이 드물기 때문이다. 한화 역시 울산 원정 3연전 첫 날인 29일에 이 훈련을 했다. 올해 투수를 향해 빠른 공이 날아온다는 것을 의식한 훈련이었다. 그럼에도 안영명이 타구를 제대로 피하지 못할 정도였다. 때문에 이런 식의 훈련을 지속적으로 팀에서 강조해야 할 필요가 있다. 드물게 나오는 상황이더라도 그 결과가 워낙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경각심을 더욱 키워서 손해될 것은 없다.
울산=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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