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 홈런 순위에서 익숙한 이름을 찾을 수 없었다. 바로 3년 연속 홈런왕에 빛나는 넥센 히어로즈의 4번타자 박병호(29)였다. 그동안 삼성 라이온즈의 나바로와 최형우, 롯데 자이언츠의 강민호, NC 다이노스 테임즈 등이 치열한 홈런 선두 경쟁을 펼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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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박병호의 타격에 큰 문제가 있던 건 아니다. 장타가 다소 적었지만, 지속적으로 안타 생산을 해내면서 꾸준히 3할 초중반의 고타율을 유지해왔다. 뒤에 버티고 있던 강정호가 메이저리그로 떠났지만, 유한준이라는 훌륭한 대체자가 나왔다.
염경엽 감독 역시 무언가를 바꾸려 하기 보다는, 박병호 자기 자신의 스윙에서 답을 찾아가는 게 맞다고 했다. 그렇다면 상대의 집요한 약점 공략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박병호가 최정상급 타자 반열에 올라섰지만, 여전히 약점은 있다. 상대 투수는 몸쪽 공 위주의 승부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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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박병호만이 보여줄 수 있는 스윙이었다. 타고난 힘과 배트 스피드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지난해 2003년 이승엽 심정수 이후 11년만에 50홈런 고지를 밟을 수 있던 것도 몸쪽 공에 대한 자신만의 해법이 큰 도움을 줬다.
그런데 올 시즌에는 이러한 홈런이 다소 줄었다. 몸쪽 공이 장타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홈런 페이스가 다소 주춤했다고 볼 수도 있다. 올 시즌 홈런 15개 중 좌측으로 향한 타구는 고작 5개에 불과했다. 반면 가운데로 향한 타구가 7개, 우측이 3개였다.
지난해 52홈런 중 무려 28개의 타구가 좌측으로 향한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본인의 장점을 십분 발휘하지 못하면서 홈런 페이스는 다소 주춤했다.
하지만 박병호는 박병호다. 좌측으로 힘껏 잡아당긴 타구가 줄었음에도 오히려 가장 먼 가운데 담장을 겨냥해 장타를 날리고 있다. 올 시즌 최단 비거리 홈런은 115m짜리 홈런 두 개였다.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130m 이상의 초대형 홈런은 3개나 됐다.
시즌 전 배트 무게를 900g으로 늘리면서 타구를 보다 강하게, 멀리 날리겠다고 선언한 그였다. 초반 다소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여전히 그는 KBO리그 최고의 홈런타자다. 박병호가 가세하면서 홈런왕 경쟁은 더욱 뜨거워졌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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