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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프로농구의 FA 시장은 기형적이다.
●계륵같은 FA
최대어 문태영을 보자. 삼성에 2년간 8억3000만원에 계약을 맺었다. 국내 리그에서 정상적으로 막을 수 없는 공격력을 지녔다. 당연히 FA 최대어다. 모비스 3연패의 주역이다.
윤호영은 5년에 6억원을 받는다. 지난 시즌 그는 33분36초를 뛰면서 8.8득점, 6.9리바운드, 2.5어시스트, 1.0스틸을 기록했다. 그는 좋은 스몰포워드다. 수비에서 공헌도가 뛰어나다. 하지만 공격력은 많이 떨어졌다.
하승진은 3년에 5억원, 전태풍은 KCC에 2년에 5억4000만원을 받았다. 그들은 지난 시즌 부상으로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 못했다. 팀 공헌도가 떨어졌다. 하지만 거액을 받는데는 지장이 없었다.
강병현은 5년에 4억원. 고질적인 허리 부상이 심해진 지난 시즌이었다. 여기에 이동준 이승준 형제가 각각 2년 1억8000만원(사인 앤 트레이드) 1년에 3억6200만원을 받는다. 그들의 수비력은 최악이다. 모든 농구 관계자들이 잘 알고 있는 부분이다. 반면 문태종은 시장에서 선택을 받지 못했다. 아시안게임 우승의 주역. 리그 최고의 클러치 슈터. 물론 지난 시즌 대표팀 합류의 여파로 제대로 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올해 그는 한국나이로 41세. 이 부분이 악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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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영은 세밀한 약점이 있다. 일단 수비에 문제가 있다.
그의 경기내용을 살펴보자. 약점이 있다. 일단 수비에 문제가 있다. 지난 시즌 내내 판정에 불만을 표시한 부분도 마이너스다. 8억3000만원은 완벽히 '오버페이'다. 이 액수면 공수에서 삼성의 절대적인 에이스 역할을 해야 한다. 게다가 양동근과 같은 팀의 견고한 리더 역할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LG와 모비스를 거친 문태영의 행보를 볼 때 그럴 확률은 현저히 떨어진다. 특히 수비의 약점은 고민스럽다. '오버페이'인 이유다.
윤호영은 공격력이 문제다. 구체적으로 그가 위력을 발휘하려면 외곽과 함께 인사이드 공격의 비중을 높혀야 한다. 하지만 지난 시즌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절체절명의 플레이오프에서도 그랬다. 4강 전자랜드전에 고전했던 가장 큰 이유다. 이같은 점을 고려하면 전성기 시절의 파괴력 넘치는 모습을 보여줄 지는 의문이다.
그래도 두 선수는 이해할 만하다. 많은 돈을 쓰긴 했지만, 삼성과 동부는 전력강화와 유지라는 확실한 목적을 가지고 영입했다.
하승진과 전태풍은 냉정히 말해 위험한 선택이다. 두 선수는 내구성에 문제가 있다. 하승진은 지난 시즌 38경기를 뛰었다. 항상 잔부상에 시달렸다. 경기당 평균 출전시간은 27분20초다. 꾸준히 그가 출전한다면 5억원은 많은 금액은 아니다. 확실한 하드웨어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상 잔부상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잦은 결장은 보이지 않는 많은 악영향이 있다. 특히 팀 케미스트리에 많은 손실이 있다. 하승진 중심으로 맞춰진 비 시즌 준비한 계획된 움직임을 가져가기 쉽지 않다. 팀 분위기도 롤러코스터를 타는 경향이 많다.
전태풍 역시 지난 시즌 38경기에 출전, 평균 11.1득점, 3.9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올해 35세다. 기량의 하향세가 있다. 수비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지난 시즌 경기 막판 1~2점 싸움에서 KT 전창진 감독은 전태풍을 일부러 벤치로 불러들이기도 했다. 수비 강화를 위해서다. 즉, 이들의 합류가 KCC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전태풍을 영입하기 위해 KCC와 LG가 경합했다. 또 하나, 전태풍이 가세하면서 KCC는 기존의 김태술과 포지션이 겹친다. 때문에 5억4000만원의 금액은 너무 많다. KGC 강병현 역시 허리 부상이 지난 시즌 더욱 심해졌다. 경기 중 교체되는 경우도 많았다. 이 부분이 검증되지 않았다. 물론 팀의 리더 역할을 해줄 순 있다. 하지만 5년 4억원은 '거품'이 있다.
이승준과 이동준의 FA 영입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들은 수년간 수비에 문제점을 노출했다. 공격은 괜찮지만, 수비는 '자동문' 수준이다. 게다가 이승준은 지난 시즌 부상 여파로 전혀 출전하지 못했다. 극적인 변화가 있지 않는 한 SK가 이들을 유용하게 쓴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이들의 가세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더 높다. 예전 '모래알 조직력' 시절의 2000년대 중반의 SK로 돌아갈 가능성도 엿보인다. 알토란같은 박상오와 주희정을 버리고 팀을 개편했다. 그 중심에 이승준과 이동준이 있다. 포지션별 중복이 너무 심하다. SK는 수비가 강한 팀이 아니다. 김선형이 그렇고, 김민수가 그렇다. 최부경도 없다. 이 상태에서 이승준과 이동준이 들어왔다. 팀의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없다. 항간에는 이들을 다시 '트레이드' 카드로 쓴다는 루머도 돈다.(A팀의 간판선수와 넘치는 SK의 포워드 2명과 맞바꿀 수 있다는 소문이다. 하지만 해당구단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한다.) 그동안 SK는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그런데 FA 시장에서 전력보강은 사실상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냉정하게 보면 오히려 전력의 마이너스 요인이 더 많다. 인기가 높은 이승준-동준 형제를 수혈, SK 고위 수뇌부에서 지시한 특유의 '스포테인먼트 정책'을 펼친다는 얘기도 있다. 그렇다면 할 말이 없다. 성적없이 흥행이 된다는 발상 자체가 해괴하다. 한마디로 상식적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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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혈선수가 FA 시장의 중심에 서 있다. 이 부분은 혼란한 외국인 선수 제도와 궤를 같이 한다. 혼혈선수는 외국인 선수 출전을 2명에서 1명으로 줄인 2009년이 시작점이었다. 당시 KBL 고위 수뇌부는 외국인 선수 출전을 1명으로 제한하면서, 리그 흥미저하를 우려해 아시아쿼터제 등 많은 보완책을 고려했다. 최종적 대안이 혼혈선수제였다. 외국인 선수 1명을 줄이는 대신 혼혈선수를 1명 배치하면 리그 수준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이상한 발상이 바탕에 깔려 있었다. 그리고 각 팀 전력 평준화를 위해 3년 이상 한 팀에서 뛰는 것을 금지하는 제도를 마련했다.(전태풍은 KCC와 KT, 그리고 다시 KCC로 옮기는 과정에서 "차별이 아니냐"고 항변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혼혈선수 FA 제도는 오히려 대박의 기회를 제공한다. 3년만 뛰면 FA 자격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FA 제도의 측면에서 국내 선수와 역차별 현상이 나타난다.) 결국 혼혈선수를 특정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만들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국내 선수와 역차별 현상도 제어할 수 없는 기형적인 혼혈선수 FA제도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올 시즌은 외국인 선수 쿼터제 확대가 이뤄지는 첫 시즌이다. 10개 구단 모두 혼란스럽다. 이 속에서 전력강화의 뚜렷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어떤 외국인 선수가 어떻게 올 지 알 수 없다. 리그 일정과 겹쳐지는 아시아선수권대회 대표팀 차출 문제도 있다. 리그 일정이 앞당겨지면서 조직력을 맞출 시기가 줄어든다. 즉, 각 팀들은 조직력을 다지는 대신 당연히 테크닉이 뛰어나거나 높이가 좋은 혼혈선수를 전력보강의 지름길로 택할 확률이 높아진다.(물론 SK의 FA 시장 행보는 예외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전혀 전력보강에 초점을 맞추지 못했다.)
쓸 만한 선수가 많지 않다는 것이 기형적 FA 시장이 형성된 핵심적 이유. 하지만 거기에 프로농구 자체가 혼란스럽기 때문에 그 선수의 진정한 가치나 약점, 그리고 과거에 보여준 경기력을 정확히 평가하는 시스템 자체가 많이 사라진 부분도 있다. 가뜩이나 기형적인 FA 시장이 더욱 '격렬하게' 기형적으로 변한 이유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KBL 김영기 총재가 그토록 강조하는 '경기력의 향상'은 어떻게 될까. 의문스럽고, 걱정되는 부분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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