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의 세계에 '라이벌 구도'는 꼭 필요하다. 지고는 못 배길 대상, 어떻게든 꺾고 싶은 상대가 있다는 건 기량 발전의 큰 계기가 될 수 있다.
|
하지만 양팀의 '라이벌 의식'은 남아있다. 서로에게 지지 않겠다는 의식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건 감정 대립과는 별개의 문제다. 프로 선수로서, 그리고 팀대 팀으로서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제 두 팀의 맞대결은 더욱 흥미진진해질 가능성이 크다. 지지 않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게 뻔하다. 이런 흥미로운 구도는 프로 스포츠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kt가 '라이벌 의식'을 불태워야 할 대상은 사실 한화 뿐만이 아니다. 객관적으로 따져보면 오히려 한화보다 더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고 치열하게 싸워야 하는 팀이 많다.
|
상대 전적을 기준으로 봤을 때 kt의 '주적'은 KIA 타이거즈다. 시즌 초반에 6전 전패를 kt에 안겼다. 특히 6패 중 3패는 역전패였다. 4월3~5일 수원 홈개막 3연전에서 스윕패를 당한 kt는 5월12일부터 광주로 원정을 떠나 설욕을 노렸다. 그런데 이 3연전에서 매번 선취점은 kt가 냈다. 하지만 곧바로 마운드의 난조로 동점과 역전을 허용하는 바람에 또 스윕패를 당하고 말았다. 결국 5월까지 KIA에게 6패만 떠안았다.
KIA 다음으로 kt에 많은 아픔을 안긴 대상은 롯데 자이언츠다. kt를 상대로 5전 전승을 거뒀다. 롯데는 일단 개막전부터 큰 시련을 줬다. 지난 3월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시즌 개막전 때 kt는 김상현이 홈런을 2개나 치며 5회초까지 8-2로 앞서있었다. 그러나 5회말에 거짓말처럼 7점을 허용해 역전을 당하고 말았다. 결국 이 경기는 kt의 9대12 패배로 끝났다. 개막전 역전패의 데미지는 대단히 컸다. kt가 힘겨운 시즌 초반을 보낸 결정적 이유로 손꼽힌다. 만약 이 경기에서 kt가 승리했다면 시즌 초반 팀 분위기도 상당히 달라졌을 수 있다.
세 번째 복수의 대상은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 kt와 4번 만나 다 이겼다. 시즌 초반 두 팀이 선두 경쟁을 벌일 수 있던 크나큰 원동력이 바로 kt에서 나왔다. kt의 입장에서 가장 아쉬웠던 경기는 3월31일 수원 홈개막전으로 치른 삼성과의 경기. kt는 초반에 1-6으로 뒤지다 5회말 대거 5점을 뽑으며 동점에 성공했다. 하지만 힘이 여기까지였다. 삼성 필승조를 넘지 못하며 6회 이후 무득점에 그쳤다. 대신 삼성은 6회와 8회에 1점씩 뽑아 승리를 따냈다. 이후 kt는 삼성에 내리 3연패를 당한다. 두산과의 대결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특히 4월14일 수원구장에서 무려 2대18로 대패하며 시즌 최다 실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
반면, 넥센 히어로즈는 4월10~11일 목동구장에서 kt에 시즌 첫 승과 첫 연승, 그리고 첫 위닝시리즈를 안긴 팀이다. 상대 전적은 2승4패로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그 뒤를 3승3패의 한화가 받치고 있다. 그런가하면 LG 트윈스는 25일 기준으로 올시즌 유일하게 kt전 상대전적이 뒤지는 팀이다. 1승2패로 kt에 밀렸다. 5월8~10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만났는데, 먼저 2패를 당해 까딱하면 kt의 첫 스윕 제물이 될 뻔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