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믿을 수 없는, 아니 믿기 힘든 역전 드라마가 인천에서 쓰여졌다.
물론 경기 초반인데다 타자들의 힘이 좋아진 요즘, 7점은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이 많은 점수를 한꺼번에 허용한 투수는 다름아닌 SK 에이스 김광현이었다. 직전 3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고, 전날까지 5승1패로 다승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는 김광현을 출격시켜 반드시 승리할 것이란 믿음이 강했던 SK로선 에이스의 침몰에 기가 죽을 수 밖에 없었다.
김광현은 3회초에는 다행히 무실점으로 끝냈지만 이미 투구수는 77개를 기록했다. 전반적으로 공이 높게 형성되고 있는데다 5볼넷을 내줄 동안 삼진을 단 1개도 잡지 못할 정도로 공이 전혀 위력적이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SK 김용희 감독은 김광현을 3이닝만에 강판시키고 백인식을 투입했다.
하지만 SK의 드라마는 6회말 막을 열었다. 브라운의 솔로포를 시작으로 이재원 박정권 정상호 박계현 김성현 이명기 등 무려 7타자가 연속 안타를 날리며 5점이나 따라붙었다. 6-7로 단숨에 1점차. 이어 8회말 선두타자 박정권이 좌측 담장을 살짝 넘는 솔로포를 날리며 기어이 7-7 동점까지 만들었다.
그러나 두산은 9회초 오재원의 적시타로 다시 1점을 달아났다. 그리고 마무리 윤명준을 9회말 투입했다. 첫 타자인 이명기는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박재상이 우전 안타를 치며 희망을 이어갔다. 여기서 믿었던 최 정이 삼진을 당하며 패색이 짙어졌지만 SK에는 브라운이 버티고 있었다. 6회 솔로포를 날리며 5득점의 물꼬를 튼 브라운은 1B1S에서 윤명준의 146㎞짜리 바깥쪽 높은 직구를 그대로 밀었다. 쭉쭉 뻗어가는 공은 우중간 펜스를 살짝 넘겼다. 2점짜리 끝내기 역전 홈런, 7점차를 기어이 극복한 SK의 해피엔딩은 이렇게 끝났다. 반면 두산은 지난 2013년 5월 8일 4회까지 11-1로 이기고 있다가 결국 12대13으로 역전패를 당했던 '인천의 악몽'을 2년만에 되풀이해야만 했다.
김용희 감독은 "불펜들이 실점을 최소화 했고 타자들이 끈기있는 플레이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오늘처럼 집중력 있는 타격을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브라운은 "주자가 있어 어떻해든 홈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노리고 있었다. 공 하나가 조금 높게 들어와 타이밍에 맞게 스윙을 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아무리 큰 점수차로 지고 있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며 밝게 웃었다.
역전패를 당한 두산 김태형 감독은 "선수들이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인천=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