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한화) 야구에서는 모든 게 다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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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는 1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0대3으로 패한 뒤 14일 경기에 안영명이 선발 등판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현장에 있는 거의 모든 야구 관계자가 "헉!"하고 놀랐다. 그럴만도 한 것이 안영명은 바로 전날인 12일 대구 삼성전에 선발로 나왔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원래 예상 로테이션은 삼성 출신 배영수가 14일 선발로 나서는 것이었다. 순서상 다른 카드가 나오기 어려웠다. 그래서 상대팀인 삼성 전력 분석팀과 류중일 감독도 그렇게 예측했다. 심지어 배영수 본인도 14일 선발을 준비하고 있었다. 때문에 통상적인 선발투수의 준비 루틴에 따라 12일 경기 전에 불펜 피칭을 하며 컨디션과 구위를 재점검하고 13일에는 휴식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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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을 걷어내고 '안영명 선발 카드'를 분석해보자. 납득할 만한 정황이 여럿 있다. 첫 번째는 안영명의 컨디션. 이게 가장 중요하다. 아무리 의욕이 강하다고 해도, 또 승리가 절실하다고 해도 몸이 준비되지 못한 투수를 쓸 수는 없다. 하지만 안영명은 14일 경기에 공을 던질 여력이 있다. 12일 등판 때 투구수가 39개에 불과했기 때문. 당시 안영명은 2이닝 동안 4안타 1볼넷 1실점을 하다가 3회에 갑자기 교체됐다. 이유는 허리와 엉덩이 경계쪽 근육에 미세한 통증이 생긴 까닭.
당시 안영명은 이닝 교체 때 통증 사실을 알리고 트레이닝 코치에게 체크를 받았다. 그리고는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계속 경기에 나선다고 했다. 하지만 김 감독이 만류했다. 자칫 큰 부상으로 번질 것을 우려해 조기 교체를 택했다. 이후 김 감독은 7명의 불펜을 돌려쓰면서 끝내 5대4의 재역전승을 일궈냈다.
때문에 안영명의 어깨와 컨디션만 놓고 보면 14일 등판도 가능하다는 판단이 나온다. 통상적으로 선발 투수들은 등판 이틀 전에 불펜 피칭을 하는데, 안영명의 12일 투구를 선발 투수의 준비 루틴에 있는 불펜 투구로 치환해보면 큰 무리가 없다. 게다가 13일에 휴식을 취하며 근육통 증세도 완전히 없앴다. 결국 구위 자체만 보면 팀내 선발 중 가장 뛰어난 안영명이 14일 선발로 나서는 건 상당히 전략적인 선택일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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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이유는 주말 경기 선발 로테이션 강화에 있다. 현재 한화는 완전한 5선발진 운용이 불가능하다. 외국인 선수 탈보트가 2군에 내려가면서 로테이션에 틈이 생겼기 때문. 그래서 만약 14일에 예정대로 배영수를 기용할 경우 16일 대전 넥센 히어로즈전 선발 투수가 마땅치 않았다. 남은 선발 요원이 송은범 한 명 밖에 없었기 때문. 송창식이나 임준섭이 나가야 하는데, 이미 12일에 가동해서 이 또한 여의치 않았다.
이런 상황에 안영명의 재활용은 한화 선발 로테이션에 조금 여유를 줄 수 있다. 배영수를 하루 아끼면 15, 16일 선발 로테이션이 원활하게 돌아가고, 또 그 덕분에 17일에 쓸 수 있는 대체 선발 혹은 불펜 카드가 늘어날 수 있다. 이게 바로 김성근 감독의 노림수로 분석된다. 과연 이 노림수가 어떤 효과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대구=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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