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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 1위 최형우, 박한이를 롤모델로 삼은 까닭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5-14 13:08


"꾸준함이 진짜 최고의 실력이에요."

지금은 리그 최고의 4번 타자 반열에 올라있지만, 한때 그에게도 '눈물 젖은 빵'을 씹던 시절이 있었다. 자기 포지션을 잃고, 팀에서 방출되고, 쫓기듯 입대했던 시절. 삼성 라이온즈 최형우는 이미 까마득해진 그 시기를 잊지 않는다. 그리고 늘 다짐한다.


2015 KBO리그 넥센히어로즈와 삼성라이온즈의 경기가 7일 서울목동야구장에서 열렸다. 삼성 8회초 1사 만루에서 최형우가 우월 만루홈런을 치고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목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5.07/
"그 괴로움을 잊지 말고, 꾸준히 잘 하자. 꾸준히, (박)한이형처럼." 최형우에게 있어 최고의 선수는 팀 선배인 박한이다. 그리고 최형우가 추구하는 선수로서 최고의 미덕 또한 '꾸준함'이다.

최형우는 현재 '4번타자'로서의 기량을 활짝 피워내고 있다. 13일까지 36경기에 나선 최형우는 타율 3할1푼6리에 13홈런 37타점 25득점을 기록 중이다. 출루율은 3할9푼5리, 장타율은 6할4푼7리에 달한다. 팀 동료 나바로와 함께 홈런 부문 1위를 마크하고 있다. 타점은 전체 2위고, 장타율도 3위에 달한다. 4번 타자의 최대 미덕이라 할 수 있는 타점 생산력에서 단연 돋보이는 활약이다. 당대 최고의 4번타자라고 칭해도 과하지 않다.

하지만 최형우는 현재 나타난 성적의 지표에 연연하지 않는다. "시즌을 마치고 보면, 다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는 설명. 그는 "어쩌다보니 시즌 초반에 좀 페이스가 잘 맞아서 홈런이 많이 나왔을 뿐, 특별히 신경써서 잘 친 건 없어요. 풀타임 시즌을 치르다보면 내 평균치에 돌아갈 겁니다"라고 말한다. 덧붙여 "올해의 목표도 특별한 게 없어요. 그냥 늘 해왔던대로, 작년만큼만 하는 거에요. 경기수가 조금 늘어났으니까 홈런 갯수도 그만큼만 몇개 더 늘어나면 만족합니다"라고 한다.

어찌보면 굉장히 심심하고 성의없는 목표같기도 하다. 그러나 최형우는 대단히 진지하다. 그리고 자신의 뚜렷한 주관이 담겨있다. 특별히 돋보이거나 잘하려는 것보다 늘 한결같이 제 몫을 하면서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철학이 그의 말 속에 심어져 있다. '꾸준함'이 바로 최형우가 여기는 최고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3~4년간 리그 홈런 1위를 기록한 뒤 하락세에 빠져든 유형의 타자와 10위권 안쪽에서 10년 이상을 머문 유형의 타자 중에서 최형우는 후자를 추구한다. 반짝 피었다가 사라지는 1인자보다는 은근히 오래가는 2~3인자를 원한다. 그런 면에서 최형우가 꼽은 최고의 롤모델은 바로 팀 선배인 박한이다.


한화와 삼성의 2015 KBO리그 주중 3연전 두번째 경기가 15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렸다. 3회초 삼성 박한이가 한화 유창식의 투구를 받아쳐 좌측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홈런을 날렸다. 홈인하며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박한이.
대전=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4.15/
최형우는 "(박)한이형이 얼마나 대단한 선수인지, 그리고 그 기록이 얼마나 해내기 힘들고 뛰어난 것인지 사람들은 잘 모르죠. 하지만 나는 정말 그런 면이 부럽고 닮고 싶어요. 결국은 오랫동안 살아남잖아요"라며 박한이와 같은 활약을 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최형우가 감탄한 박한이의 위대함은 '한결같음'이다. 2001년 삼성에서 프로에 데뷔한 뒤부터 지난해까지 14년간 꼬박 100경기 이상 출장-100안타 이상을 기록해왔다. '철인'이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러운 지표다. 바로 이런 면을 최형우는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것. 그래서 자신도 박한이처럼 꾸준히 오래 활약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있다.

최형우는 "비록 처음에는 고생도 많이하고 주목도 받지 못했지만, 나중에 평가했을 때 오랫동안 꾸준히 잘했던 선수로 인정받고 싶네요. (박) 한이형처럼 되고 싶어요"라며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미 최형우는 그 길을 걷고 있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7시즌 연속 100경기 이상 출장에 100안타-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 중이다. 최형우의 꾸준함이 과연 박한이만큼 이어질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대구=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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