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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장당한 한화 탈보트, 왜 분을 참지 못했나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5-10 17:58 | 최종수정 2015-05-11 06:01


보크 지적 후 퇴장. 한화 탈보트는 왜 분을 참지 못했을까

분노는 경기를 잠식한다.

프로 스포츠 선수들은 투지가 있어야 한다. 필연적으로 상대방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기와 배짱이 없는 선수는 대성하기 어렵다. 때로는 화도 낼 줄 알아야 한다. 적절한 분노는 투지와 집중력 강화의 좋은 촉매제다.

하지만, 분노는 양날의 검이다. 적절한 상황이 아닐 때 표출하는 분노는 본인 뿐만 아니라 팀에도 치명적인 손해를 미칠 수 있다. 10일 잠실구장에서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등판한 한화 이글스 외국인 투수 미치 탈보트가 바로 그랬다.


1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5 프로야구 한화와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3회말 무사 1루서 두산 민병헌 타석 때 한화 탈보트가 보크 판정에 글러브를 던지며 항의, 퇴장 당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5.10.
고질적인 탈보트의 보크

한화가 0-2로 뒤진 3회말. 두산 선두타자 김재호가 중전안타를 치고 나가 무사 1루가 됐다. 경기 초반 추가점은 위험하다. 탈보트는 타석에 나온 민병헌을 경계하는 동시에 1루 주자 김재호를 의식했다. 도루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다. 때문에 셋업 포지션에서 조심스레 김재호의 리드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때마침 완벽한 타이밍을 잡았다. 볼카운트 1B1S. 3구째를 던지려던 탈보트는 급히 1루쪽으로 몸을 돌리며 견제구를 쐈다. 정확하고 날카로운 타이밍. 김재호가 슬라이딩을 했지만, 공을 받은 한화 1루수 김태균의 태그가 더 빨랐다. 타이밍상으로는 완벽한 견제 아웃이었다.

그런데 권영철 1루심이 이 순간, 탈보트에게 손짓하며 외쳤다. "보크!" 견제구를 던지기 직전에 주자에 대한 기만 행위를 했다는 것. 권 심판과 김병주 구심, 그리고 임채섭 대기심은 한결같이 보크 지적이 정당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 있던 도상훈 KBO 심판위원장 역시 "탈보트가 견제를 하기 전에 무릎을 굽혔다가 펴는 행동을 했다. 이는 주자를 속이는 행위로 볼 수 있다. 지난 번에 보크 판정을 받았을 때와 똑같은 모습이 나왔다"고 밝혔다.


탈보트의 보크 동작은 이전에도 여러번 지적된 바 있다. 견제 직전 무릎의 움직임을 KBO 심판진은 '보크'로 보고 있다. 3월7일 시범경기 LG전 때도 5회에 견제를 하다가 보크 판정을 받았고, 13일 두산과의 시범경기 때도 보크를 범했다. 3월28일 넥센과의 시즌 개막전 때도 보크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거슬러 올라가면 한국 무대를 처음 밟은 2012년부터 제기됐던 논란이다. 당시 삼성 소속이던 탈보트는 한 시즌에 3개의 보크를 지적받았다.


1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5 프로야구 한화와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3회말 무사 1루서 두산 민병헌 타석 때 한화 탈보트가 보크 판정에 글러브를 던지며 항의, 퇴장 당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5.10.
꼬여만 가는 탈보트의 심리

하지만 문제는 '보크'가 아니라 그것을 대하는 탈보트의 정서다. 이날 보크 지적에 대해 탈보트는 이례적으로 분노했다.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두 팔을 힘껏 치켜올리며 글러브도 벗어던졌다. 그러자 김병주 구심은 즉각 퇴장 명령을 내렸고, 탈보트는 화를 감추지 못한 채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일단 표면적으로 탈보트가 이렇게 분노한 이유는 보크 판정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완벽하게 주자의 타이밍을 뺐어 견제사를 잡아냈다고 생각한 순간, 보크 판정이 나오자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은 것이다. 특히나 쉽게 할 수 없는 견제사를 잡은 행위가 보크로 지적됐다는 점에 더 감정이 상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경기 영상을 봐도 명확하게 탈보트의 동작이 튀지는 않는다. 미세한 차이다. 하지만 심판진이 일관되게 지적한다면 보크로 봐야한다. 김성근 감독은 이날 경기 후 "보크 상황은 아쉽지만, 심판이 보크라면 보크다"라는 말을 남겼다.

결국 보크 판정을 경기의 일부로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뜻이다. 만에 하나, 이날 심핀진의 판정이 명확한 오심이라면 탈보트의 분노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날의 판정은 오심의 범주에 해당하지 않는다. 때문에 탈보트의 과도한 분노 표출은 납득하기 어렵다.

탈보트가 이렇듯 분노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정황상 이날의 분노는 경기 자체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탈보트는 계속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가 뜻대로 안풀리는 경우가 많다. 시즌 초반 팀의 1선발 역할을 맡았는데, 4월2일 대전 두산전 이후 한 달이 넘도록 승리를 추가하지 못했다. 제구력이 계속 흔들리는데다가 불운한 상황도 겹치고 있다.

때문에 계속되는 부진과 스스로의 투구에 대한 자신감 저하가 쌓이는 상황에서 납득하지 못하는 보크 판정이 계속되자 분노가 폭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금 탈보트에게 필요한 것은 분노 조절이다. 그게 선행되야 경기에 대한 집중력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잠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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