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의 4월 상승세를 이끈 주역, 필승 좌완불펜 박정진(39)이 타자로 깜짝 변신했다. 1999년 프로 데뷔 후 16년 만에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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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좌익수는 이날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최진행이 좌익수를 맡게 됐다. 지명타자가 경기 도중 수비를 맡게되면 투수가 타순에 들어가야 한다. 결국 김태완이 빠지고, 6회초 2사후에 투입된 정대훈이 9번타자 자리에 들어갔다.
그렇게 7회초 수비가 끝난 뒤 7회말 한화의 공격 이닝이 돌아왔다. 공교롭게 선두타자는 7번 조인성부터였다. 9번 타순에 있는 타자가 무조건 타석에 들어서야 하는 상황. 대타를 쓰기에는 타이밍도 여의치 않았고, 쓸 만한 선수도 없었다. 마침 9번 타순에는 7회초 2사후 등판한 박정진이 있었다.
그런데 초구는 볼이었다. 이인복이 긴장한 듯 했다. 이어 2구째는 바깥쪽 스트라이크. 3구째에 박정진은 힘없이 배트를 휘둘렀다. 헛스윙. 빨리 이닝을 끝내고 투구에 집중하고 싶은 듯 했다. 4구째는 파울. 배트를 그냥 휘둘렀는데 공이 '와서' 맞았다. 허탈한 표정을 짓는 박정진. 5구째가 압권이었다. 박정진이 친 타구가 투수 이인복에게 맞고 스치며 유격수 쪽으로 흘렀다. 내야 안타성 타구인데 박정진은 슬슬 뛰었다. 결국 유격수 땅볼 아웃. 1루에서 숨을 크게 몰아쉰 박정진은 웃으며 투수 글러브를 찾아 끼운 채 마운드에 올랐다.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