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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필승불펜 박정진, 타자로 깜짝 변신한 사연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5-01 22:33


한화 이글스의 4월 상승세를 이끈 주역, 필승 좌완불펜 박정진(39)이 타자로 깜짝 변신했다. 1999년 프로 데뷔 후 16년 만에 처음이다.


2015 KBO리그 한화이글스와 SK와이번즈의 경기가 26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렸다. 한화 투수 박정진이 8회초 1사후 브라운 타석때 교체되고 있다.
대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4.26/
박정진의 '타자 외도'는 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벌어졌다.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 한화는 3-5로 뒤지던 6회말에 대거 4점을 뽑아내며 전세를 7-5로 뒤집었다. 6회말에 역전 기회를 잡은 한화 김성근 감독은 적극적인 대타작전을 썼다. 6회말 1사 1, 2루에서 9번 좌익수 이성열 타석 때 대타로 김태완을 썼다. 비록 김태완은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이후 한화는 볼넷 5개와 안타 1개로 4득점하며 역전에는 성공.

하지만 이어진 7회초 수비 때가 문제였다. 이성열을 빼고 김태완을 쓰면서 좌익수 요원이 비어버린 것. 김태완은 외야수이긴 해도 최근 수 년간 주로 지명타자를 맡아 수비력이 떨어진다. 이미 송주호에 이어 이성열까지 쓴 한화로서는 남아있는 외야 수비요원이 없었다.

결국 좌익수는 이날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최진행이 좌익수를 맡게 됐다. 지명타자가 경기 도중 수비를 맡게되면 투수가 타순에 들어가야 한다. 결국 김태완이 빠지고, 6회초 2사후에 투입된 정대훈이 9번타자 자리에 들어갔다.

그렇게 7회초 수비가 끝난 뒤 7회말 한화의 공격 이닝이 돌아왔다. 공교롭게 선두타자는 7번 조인성부터였다. 9번 타순에 있는 타자가 무조건 타석에 들어서야 하는 상황. 대타를 쓰기에는 타이밍도 여의치 않았고, 쓸 만한 선수도 없었다. 마침 9번 타순에는 7회초 2사후 등판한 박정진이 있었다.

7회말 롯데 마운드에는 이인복이 있었다. 한화 선두타자 조인성은 3루수 땅볼로 물러났고, 8번 한상훈도 12구 승부 끝에 삼진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드디어 박정진이 타석에 나왔다. 프로 데뷔 첫 타석이다. 어색한 자세로 좌타자 타석에 들어선 박정진은 방망이를 들었지만, 그다지 칠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그런데 초구는 볼이었다. 이인복이 긴장한 듯 했다. 이어 2구째는 바깥쪽 스트라이크. 3구째에 박정진은 힘없이 배트를 휘둘렀다. 헛스윙. 빨리 이닝을 끝내고 투구에 집중하고 싶은 듯 했다. 4구째는 파울. 배트를 그냥 휘둘렀는데 공이 '와서' 맞았다. 허탈한 표정을 짓는 박정진. 5구째가 압권이었다. 박정진이 친 타구가 투수 이인복에게 맞고 스치며 유격수 쪽으로 흘렀다. 내야 안타성 타구인데 박정진은 슬슬 뛰었다. 결국 유격수 땅볼 아웃. 1루에서 숨을 크게 몰아쉰 박정진은 웃으며 투수 글러브를 찾아 끼운 채 마운드에 올랐다.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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