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은 벌써부터 강정호를 따라가려 한다고 걱정하지만, 기록은 벌써 강정호를 바라보고 있다. 넥센 히어로즈의 새 주전 유격수 김하성(20)의 페이스가 심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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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김하성에게서 예상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타석에서였다. 김하성은 28일까지 팀이 치른 24경기에 모두 나와 타율 3할1푼5리(89타수 28안타) 6홈런 16타점 17득점 7볼넷 3도루를 기록중이다. 서건창과 이택근의 부상으로 1,2번으로 잠시 나오기도 했지만, 20경기에 8번타자로 나오는 등 하위 타순에 고정돼 있다.
하위 타선임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맹타'다. 규정타석을 채운 넥센 타자들 중 타율은 4위, 홈런은 유한준(8개)에 이어 공동 2위다. 국가대표 홈런왕 박병호(6개)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2년차로 놀라운 성장세다. 하위 타순에 고정돼 부담없이 성장할 좋은 기회를 잡았다. 김하성의 시즌 초반 페이스를 강정호가 역대 최초로 유격수 40홈런을 친 지난 시즌 기록과 비교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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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홈런과 안타 개수만 놓고 보면 김하성이 앞선다. 하지만 세부 기록을 보면, 김하성에게 보다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 수 있다. 타석수는 100타석과 102타석으로 비슷한데, 강정호는 볼넷이 보다 많다.
염경엽 감독이 김하성에게 강조한 '세밀한 야구'가 부족하다는 증거다. 강정호는 같은 기간 타석당 투구수가 4.20개였다. 박병호(4.19)와 함께 넥센 타자들 중 가장 많은 공을 봤다. 상대가 중심타선에 어려운 승부를 펼칠 때, 선구안을 통해 편하게 볼넷을 골라내기도 했다.
반면 김하성은 볼넷 개수가 적다. 타석당 투구수 3.99개로 끈질긴 승부를 펼치는 편이지만, 평균(4.02)적인 수준이다. 물론 하위타선에서 공격적으로 임하고 있긴 하지만, 상대가 많은 공을 던지게 하고 상위 타선으로 찬스를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해주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아직은 시즌 초반이다. 강정호와의 비교가 의미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건 넥센은 단 한 시즌의 공백도 없이 향후 수년간 강정호의 뒤를 이을 인재를 찾았다는 점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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