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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 클로저 봉중근(35)이 10일 만에 등판했다. 25일 마산 NC전에 등판 1이닝 1안타 2탈삼진으로 무실점, 4점차 리드를 지켰다. 세이브 상황이 아니었다. LG가 6대2로 승리했다.
양상문 감독은 그 경기 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봉중근은 구위가 좋아지고 있는 중이다. 팔 스피드가 빨라지고 있다. 오늘 한화전은 중요했다. 꼭 이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기자가 "그럼 LG 마무리가 이동현으로 바뀐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양 감독은 "아니다. LG 마무리는 봉중근이다"고 말했다.
양 감독의 말을 곱씹어 보면 봉중근의 보직은 변함없이 클로저다. 그런데 아직 완벽하게 마무리 역할을 수행할 구위가 아니다. 그래서 승리를 지켜내기에는 역부족이라 가장 구위가 좋은 이동현을 투입했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동현은 이번 시즌 평균자책점 0.
또 이동현이 마무리로 성공할 지도 미지수다. 셋업맨과 마무리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두 역할을 다 해본 투수들의 증언에 따르면 심적 부담의 정도가 완전히 다르다고 말한다. 마무리가 훨씬 힘들다는 것.
양 감독은 봉중근의 구위가 올라올 때가지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 10일 만에 등판한 봉중근은 이번 시즌 들어 가장 안정감있는 경기를 했다. 첫 타자 조영훈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지만 후속 이종욱(삼진) 손시헌(좌익수 뜬공) 지석훈(삼진)을 범타로 처리하면서 이닝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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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중근은 최근 작은 변화를 몇 가지 주었다. 투구폼에서 미묘한 차이가 있다. 봉중근이 시즌 초반 안 좋을 때는 왼팔이 너무 늦게 넘어왔다. 그러다보니 공이 왼손을 떠날 때 낚아채이는 느낌을 주지 않고 날리는 듯 했다. 공에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또 타자들이 타이밍을 잡기가 더 편했다. 그래서 봉중근은 팔 스피드를 좀더 빠르게 가져갔다.
또 하나는 글러브를 바꿨다. 기존 것 보다 좀더 큰 걸 주문해서 받았다. 마운드 준비 동작에서 상대팀에 그립을 간판당한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직구와 변화구 그립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일명 '타짜'들 눈에는 그게 드러난다고 한다.
봉중근은 25일 NC전 등판으로 자신감을 찾을 수 있게 됐다. 본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겠다는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봉중근은 지난 3년 동안 마무리 투수로 변신, 총 94세이브를 올렸다. 올해는 8경기에 등판, 3세이브(2패) 평균자책점 18.69를 기록 중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