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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린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0-5로 뒤지던 KIA가 6회말 2점을 따라붙었다. 5회까지 롯데 선발 심수창의 호투에 꽁꽁 묶였던 타이거즈 타선이 집중력을 발휘했다. 그리고 이어진 2사 만루. 한방이면 흐름이 완전히 바뀔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염종석 롯데 투수코치가 교체를 위해 마운드에 올라갔다. 심수창은 한동안 마운드에서 머뭇거렸다. 심수창은 잠시 후 불펜에서 뛰어나온 좌완 이명우를 향해 글러브를 들어올리고 덕아웃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뒤를 부탁한다는 제스처였다. 잠시후 이명우는 KIA 9번 타자 이호신을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멀고 먼 승리다. 심수창은 이날 5⅔이닝 8안타 2실점으로 호투했다. 넥센 히어로즈 소속이던 2011년 8월 27일 롯데를 상대로 승리를 맛본 후 1335일 만의 승리가 눈앞에 다가온 듯 했다.
5회까지 투구수 74개로 4사구없이 삼진 8개를 잡았다. 완벽에 가까운 피칭이었다. 그런데 6회들어 갑자기 흔들렸다. 강한울, 브렛 필, 나지완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1점을 내줬다. 2사 1,3루에서 연속 볼넷을 내줬다. 밀어내기로 또 1실점했다. 앞선 2경기, 12이닝 동안 단 1개의 4사구도 없었는데, 투구수가 100개를 넘기자 제구력이 흔들렸다. 하지만 8회까지 이명우 김성배가 잘 막았줬다. 그러나 불운이 다시 심수창의 발목을 잡았다.
그런데 당시 1군 코치로 있던 이종운 감독이 스리쿼터로 던져보라고 권유했다. 투수코치가 아닌데도 그랬다. 주위에서도 변화를 말했다. 우완 정통파인 심수창은 고민끝에 도전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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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거짓말같은 일이 벌어졌다. 130km 중후반을 맴돌던 구속이 140km 중반으로 올라온 것이다. 심수창은 23일 KIA전에서 147km를 찍었다. 오버핸드와 스리쿼터, 두 가지 투구 스타일을 병행해 던졌다.
새로 시작한 2015년 시즌. 구위는 좋아졌는데,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23일 경기 전까지 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25. 준수했다. 4사구없이 삼진 13개를 잡았다.
지난 10일 한화 이글스전에 1049일 만에 선발 등판했다. 5이닝 2실점(무자책) 호투를 하고도 불펜 난조로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16일 NC 다이노스와이 홈경기에서는 7이닝 4실점(3자책)을 기록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야수들의 불안한 수비가 야속했다.
심수창만큼 1승의 가치를 잘 알고 있는 선수도 드물 것 같다. LG 트윈스 소속이던 2009년에서 히어로즈 시절인 2011년에 걸쳐 18연패를 당했다. KBO 리그 최다 연패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광주=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