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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적극적으로 뛰어야 한다."
하지만 이를 TV 중계로 당연히 지켜봤던 염 감독은 "상대 투수가 좌완인데다 워낙 견제 능력이 뛰어났다. 정호가 리드를 많이 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루 견제 능력이 뛰어난 한국 투수를 상대로도 20개 넘는 도루도 기록했던 정호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뛰는 선수만 집중적으로 견제하는 특성상 더 기회가 많을 것이고, 이를 적극 파고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강정호는 데뷔 초부터 발이 빨랐던 선수는 아니다. 포수를 포함한 모든 내야수 포지션을 소화할 정도로 야구 센스가 뛰어났지만, 주루에 대해선 딱히 뛰어난 편은 아니었다. 주전으로 뛰기 시작한 2008시즌부터 2011시즌까지 4년간 도루 갯수가 단 12개에 불과했다. 한 시즌 평균 3개. 도루를 노렸다기 보다는 워낙 잘 안 뛰는 선수이다보니 방심한 틈을 이용한 수준이었다. 어떤 해에는 팀 주전 가운데 시즌 중반까지 단 1개의 도루도 없는 유일한 선수여서 강정호의 도루 시도가 재밌는 볼거리가 될 정도였다. 당시 강정호는 "난 거북이가 아니다. 얼마든 도루를 기록할 수 있다"며 항변했지만, 누상에 나간 후 좀처럼 발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상대 투수의 습관을 치밀하게 분석한 염 감독은 강정호에게 뛰어야 하는 순간포착 노하우를 지속적으로 전수시켰다. 또 경기 중에는 수신호를 통해 이를 계속 전달했다. 염 감독은 "서건창과 같은 선수는 상대투수가 투구를 시작하면서 다리를 들어올릴 때 뛰어도 되겠지만, 정호나 병호는 이를 예측하고 이미 스타트를 해야 도루 성공 확률이 높다. 나를 믿으면 99% 성공한다고 강조했는데, 이들이 잘 따라와줬다"고 말했다.
2012시즌부터 넥센은 강한 방망이뿐 아니라 주루 플레이도 9개팀 가운데 최고로 거듭났다. 강정호의 도루갯수가 2012시즌 21개로 급격하게 증가, 25홈런을 보태 '호타준족'의 상징인 20-20 클럽에 가입하기도 했던 것은 이런 노력의 결과였다. 어쨌든 강정호는 2013시즌에도 15도루를 기록하는 등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염 감독은 "아직 정호에 대해 메이저리그 투수들이 잘 몰라 신경을 덜 쓰고 있으니 잘 활용하면 될 것 같다. 또 3루 도루는 오히려 더 쉬울 것이다. 포수의 송구 능력은 한국보다 분명 뛰어나니 더 확실하게 예측을 하고 뛰어야 한다. 그러면 확실히 쓰임새가 더 많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물론 도루를 하기 위해선 많은 경기에 나서야 하고, 누상에 더 자주나가야 한다. 또 상대해야 하는 팀과 투수들은 한국에서보다 4배 가까이 많다. 짧은 시간 안에 상대 투수들의 특성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강정호는 메이저리그에 순조롭게 적응하고 있다. 이럴 경우 도루 기회는 자연스레 많아질 것이다. KBO리그에서 뛰어난 야구 센스로 한 베이스를 더가는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보여줬던 강정호가 과연 메이저리그에서 어떤 주루 플레이를 보여줄지도 분명 관심사라 할 수 있다.
목동=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