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p, '한 발로 깡충깡충 뛰다'는 뜻의 영어 단어다. 메이저리그(MLB)에서 이른바 'hop-step' 투구를 하는 선수가 화제다.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이 기상천외한 투구폼은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물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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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전에도 캡스와 비슷한 투구폼은 있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불펜투수 조던 월든(28)이다. 월든도 투구판에서 디딤발에 힘을 모아, 도야하듯 투구를 한다.
하지만 월든과 캡스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월든의 경우, 왼발과 오른발이 거의 동시에 땅에 닿는다. 점프하는 듯하지만, 오른발이 공중에 높게 뜨지 않는다. 앞으로 오른발을 끌 듯이 나가면서 투구를 한다. 굽혀졌다 펴지는 오른쪽 무릎을 봤을 때, 디딤발에 힘을 모으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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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스가 처음부터 이정도로 '뛴' 것은 아니다. 2012년 빅리그 데뷔 때 영상을 보면, 오른발이 공중에 뜨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나오면서 오른발을 땅에 끄는 정도다. 하지만 지난해 시즌 중반 이후 정도가 심해졌다. 실제로 경기 도중 상대팀 선수들이 심판과 캡스의 투구 동작에 대해 얘기하는 모습도 보였다.
송재우 MBC 스포츠+ 해설위원은 이에 대해 "캡스가 원래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지난해 부상 이후 다시 빅리그에 올라온 뒤,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았나 싶다"고 밝혔다. 원래 정도가 심하지 않았는데 공중에 뜬 정도로 보이는 것은 본인에게 변화가 필요했던 것이라는 해석이다. 캡스는 지난해 4월 말부터 5월 말까지 9경기에 나선 뒤, 9월 들어 다시 빅리그로 올라왔다. 9월 8경기에서 확실한 투구폼의 변화가 감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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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작을 통해 릴리스 포인트를 최대한 앞으로 가져오는 것이다. 보다 앞에서 던질수록 공의 위력은 커지기 마련이다. 이는 대부분의 지도자들이 투수들에게 요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캡스는 자신만의 독특한 투구폼으로 이를 극대화시킨 것이다.
사실 캡스의 투구폼을 따라하는 것도 어렵다. 디딤발을 앞으로 껑충 뛰는 도중에 투구 밸런스를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또 뛰는 오른발이나 내딛는 왼발 모두 다른 투수들에 비해 과부하가 크게 걸린다. 때문에 하체의 힘도 중요하다.
캡스는 오른발을 띄우는 동작에서 공을 쥔 오른손을 엉덩이에 딱 붙이고 있다. 이는 타자에게 공을 최대한 보여주지 않는 '디셉션' 동작이다. 그리고 왼발을 내딛으면서 빠르게 스리쿼터 형식으로 공을 뿌린다.
밸런스의 흐트러짐 없이 완벽한 투구가 가능하다면, 캡스의 투구폼이 가져다주는 이점은 어마어마하다. 물론 아직은 빅리그에 확실한 자기 자리를 갖지 못한 유망주이지만, 그만의 노력은 인정해줘야 하지 않을까.
송 위원은 "우리나라였으면 아마 지도자들이 가만 두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개성을 잘못 건드렸을 때 장점도 죽는다는 생각에, 장점이 있다면 오히려 그 부분을 살리라고 하는 편이다. 캡스도 자신만의 밸런스로 그렇게 던질 자신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저리그에는 유독 독특한 투구폼을 가진 선수들이 많다. 선수들의 개성이 '장점'이 된다면, 이를 지지해주는 곳이 빅리그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