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무기가 뭐라고 생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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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뭇거리며 생각에 잠긴 루키에게 선배의 일침이 다시 들렸다. "직구? 아니. 슬라이더? 그것도 아니다. 네 진짜 무기는 '젊음'이야. 그거 하나로 뭐든 할 수 있어."
순간 정신이 번쩍 들면서 말속에 담긴 진심이 느껴졌다. 한화 이글스의 '미래'인 신인투수 김민우(20)가 혼란을 끝내고 자신감을 되찾게 된 순간이다. 그리고 그런 김민우에게 귀중한 교훈을 전한 인물은 바로 한화 투수진의 새로운 정신적 리더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배영수(34)였다.
그러나 이제 막 프로에 입단해 주목을 받으면서 1군 무대에 오른 투수는 목이 마르다. 더 빨리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경기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또 정작 경기에 나가서 공을 던지면 마음에 썩 들지 않았다. 무엇보다 구속이 잘 나와봐야 140㎞ 초반에 그치는 게 싫었다. 자신감이 조금씩 떨어질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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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배영수가 먼저 김민우에게 다가갔다. "민우야, 네 진짜 무기가 뭐라고 생각하니. 직구도 아니고 슬라이더도 아니야. 지금 너의 진짜 무기는 바로 '젊음'이야. 젊었을 때는 뭐든지 해볼 수 있잖아. 너무 잘하려고 고민하지 말고 힘차게 던져봐."
김민우는 그 순간 마음에 큰 짐을 덜었다고 한다. "젊음이 제 무기라는 말을 들으니까 힘이 생기더라고요. 전에는 '안맞으려면 스트라이크존 구석을 노려서 잘 던져야겠다'는 생각만 하다가 엉뚱한 공을 던졌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칠 거면 치라지'하는 마음이 생겼어요. 비록 아직 구위는 부족해도, 자신감은 다시 생긴 것 같아요." 온갖 풍파를 겪어 온 선배가 전하는 진심어린 충고는 '새끼 독수리'를 조금 더 성장시켰다. 아직 '완성'까지는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이런 선배가 있다면 그 길이 그리 힘들지만은 않을 듯 하다. 김민우는 그래서 행복한 루키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