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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우를 성장시킨 배영수의 한마디, "네 무기는 젊음이다"

기사입력 2015-04-20 17:19 | 최종수정 2015-04-21 06:01


"네 무기가 뭐라고 생각하나?"

선배가 던진 한 마디는 루키의 마음 속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잔잔한 호수에 돌덩이가 날아든 것처럼. '뜨끔'한 마음에 답변을 찾기 시작했다.

[포토] 한화 김민우의 힘찬 피칭!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의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20일 대전구장에서 열렸다. 6회초 한화 김민우가 등판해 공을 뿌리고 있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3.20/
하지만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내 무기? 과연 뭘까.' 직구라고 하자니 어쩐지 구속이 부족한 것 같았다. 그렇다고 슬라이더나 커브라고 하자니 변화 각이나 제구력이 마음에 들어오지 않았다. 입을 열 수 없었다.

머뭇거리며 생각에 잠긴 루키에게 선배의 일침이 다시 들렸다. "직구? 아니. 슬라이더? 그것도 아니다. 네 진짜 무기는 '젊음'이야. 그거 하나로 뭐든 할 수 있어."

순간 정신이 번쩍 들면서 말속에 담긴 진심이 느껴졌다. 한화 이글스의 '미래'인 신인투수 김민우(20)가 혼란을 끝내고 자신감을 되찾게 된 순간이다. 그리고 그런 김민우에게 귀중한 교훈을 전한 인물은 바로 한화 투수진의 새로운 정신적 리더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배영수(34)였다.

김민우는 김성근 감독(73)이 큰 관심을 갖고 키우고 있는 한화 투수진의 미래다. 지난 1월 일본 고치 스프링캠프부터 눈여겨 본 끝에 천천히 키워내는 중이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올해는 중간계투로 조금씩 경험을 쌓게 할 계획이다. 20일까지 김민우는 6경기에 나와 평균자책점 5.73을 기록하고 있다. 삼진은 10개를 잡았고, 볼넷은 7개를 허용. 홈런도 2방 맞았다. 실력을 평가하기에는 아직 데이터가 부족하다. '수업중'이라고 보면 알맞을 듯 하다.

그러나 이제 막 프로에 입단해 주목을 받으면서 1군 무대에 오른 투수는 목이 마르다. 더 빨리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경기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또 정작 경기에 나가서 공을 던지면 마음에 썩 들지 않았다. 무엇보다 구속이 잘 나와봐야 140㎞ 초반에 그치는 게 싫었다. 자신감이 조금씩 떨어질 때였다.

[포토] 배영수
10일 부산사직구장에서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의 주말 3연전 첫 번째 경기가 열렸다. 한화 배영수와 롯데 심수창이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투구를 준비하고 있는 배영수.
부산=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4.10
'대선배' 배영수가 김민우에게 질문을 던졌다.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FA로 한화에 온 배영수는 캠프에서부터 종종 어린 후배 투수들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한 조언을 해주곤 했다. 이태양이나 유창식 등 재능있는 후배 투수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다정하게 말을 걸어준 이가 바로 배영수다.


이번에도 배영수가 먼저 김민우에게 다가갔다. "민우야, 네 진짜 무기가 뭐라고 생각하니. 직구도 아니고 슬라이더도 아니야. 지금 너의 진짜 무기는 바로 '젊음'이야. 젊었을 때는 뭐든지 해볼 수 있잖아. 너무 잘하려고 고민하지 말고 힘차게 던져봐."

김민우는 그 순간 마음에 큰 짐을 덜었다고 한다. "젊음이 제 무기라는 말을 들으니까 힘이 생기더라고요. 전에는 '안맞으려면 스트라이크존 구석을 노려서 잘 던져야겠다'는 생각만 하다가 엉뚱한 공을 던졌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칠 거면 치라지'하는 마음이 생겼어요. 비록 아직 구위는 부족해도, 자신감은 다시 생긴 것 같아요." 온갖 풍파를 겪어 온 선배가 전하는 진심어린 충고는 '새끼 독수리'를 조금 더 성장시켰다. 아직 '완성'까지는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이런 선배가 있다면 그 길이 그리 힘들지만은 않을 듯 하다. 김민우는 그래서 행복한 루키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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