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다."
|
경기 전, 4이닝 2실점만 하자
올해로 데뷔 17년차. 대부분의 베테랑이 그렇듯, 그는 누구보다 자신의 상태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퓨처스리그(2군)에서 개막을 맞이한 송신영은 두 차례 선발등판해 5이닝 4실점(2자책), 5⅔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선발로 던질 몸상태는 충분한 듯 보였다.
그래서 더 이를 악물고 공 하나, 하나를 전력으로 던졌다. 선발로 나왔지만, 중간과 마찬가지로 전력투구했다. 4회까지 투구수는 고작 52개. 그는 7회 2사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99구째, 최희섭에게 허용한 우월 솔로홈런이 이날의 첫 실점이었다. 그리고 교체. 6⅔이닝 동안 4사구 없이 4피안타 6탈삼진 1실점. 더할 나위 없는 피칭이었다.
|
이날 넥센 코칭스태프는 조상우-김영민-손승락으로 이어지는 필승계투조에게 휴식을 줬다. 이들은 17일과 18일 이틀 연속 등판해 도합 9이닝을 책임졌다. 개막 후 첫 연승을 이끈 주역들이었다. 시리즈 스윕을 앞두고 있었지만, 절대 무리시키지는 않겠다는 계산이었다.
송신영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휴식을 지시받은 손승락은 불펜이 아닌, 덕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그리고 다른 후배들과 함께 송신영을 목청껏 응원했다.
그런데 마운드에 선 송신영은 그 소리 하나하나가 다 들렸다. 목이 쉬어라 응원해주는 후배가 고마울 따름이었다. 절로 힘이 났다. 송신영은 "승락이랑 애들이 하도 응원을 해서 목이 다 쉬었더라. 공 하나 하나 던질 때마다 동생들의 목소리가 들렸다"며 웃었다.
이날 타선도 경기 초반부터 폭발하며 송신영의 승리를 도왔다. 호쾌한 타격에 호수비까지, 후배 투수뿐만 아니라 야수들도 한마음이 됐다. 그는 경기 후 또 한 번 감동을 받았다. 라커룸에서 후배들은 하이파이브 대신 한 명, 한 명 진한 포옹으로 축하인사를 건넸다.
|
그렇게 '기적이 일어난 것 같다'던 그의 긴 하루가 끝이 났다. 마지막으로 생각난 건 염경엽 감독과 손 혁 투수코치였다.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자신에게 기회를 준 것, 그것도 선발투수로서 마지막 기회를 준 것에 대한 감사함을 잊을 수 없었다.
지난 2월 27일 일본 오키나와 긴스타디움에서 그와 긴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프로 입단부터 첫 1군 등판, 그리고 오랜 현역 시절과 지난 시즌 처음 겪은 두려움까지. 오랜 시간 대화를 하면서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시 그는 선발로 시즌을 준비하는데 대해 "선발 준비가 아니라, 이렇게 연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5선발 후보로 시즌을 준비하지만, 그는 자신을 선발투수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선수생활에 대해 "내 자리는 없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다. 난 '땜빵' 인생이었다"고 돌아봤다.
올해도 구멍이 나면 어디든 자신이 메우겠다는 생각이었다. 갑자기 마운드에 올랐던 첫 경기, 2001년 4월 19일 수원 한화전부터 54번째 승리를 따낸 2015년 4월 19일 광주 KIA전까지. 그는 선발, 중간, 마무리를 가리지 않고 빈자리를 채워왔다.
넥센은 개막 후 선발투수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고전했다. 송신영은 그의 말대로 또다시 '땜빵'으로 나서 5선발 고민을 풀어줬다. 그리고 오키나와에서 그가 마지막으로 한 말이 다시 한 번 떠올랐다. "올 시즌부터 144경기를 하니, 우리 팀 마운드에도 부침이 있을 겁니다. 그때마다 제가 '땜빵'을 잘 해야죠."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