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랄 일 아니다. 이제서야 제 모습 찾은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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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왕'이 오랜만에 대전구장을 찾았다. 지금은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로 이름이 바뀐 한화 야구단의 홈구장. 지난 17일부터 열리고 있는 NC 다이노스와의 3연전에 경기 감독관을 맡게 된 것이다. 홈플레이트 뒤쪽 관중석 상단 한켠에 마련된 경기 감독관실에서 그라운드를 바라보는 한 위원은 여러모로 새로운 감회에 젖었다. 한층 업그레이드 된 관중석과 야구장 시설. 그리고 이전과는 달라진 한화의 경기력 등. 잠시 현장에서 물러나서 바라보니 새로운 점이 더 많이 눈에 들어온다.
특히나 그 가운데에서도 옛 '야왕'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 있다. 바로 한화의 간판타자로 뿌리내린 김경언의 빼어난 활약이다. 한 위원은 연신 감탄을 터트렸다. "허! 참 잘하네. 방망이 돌리는 것 좀 봐. 이제라도 저렇게 해주니 얼마나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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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트레이드 직전 2년간은 거의 은퇴수순이나 마찬가지였다. 2008년에는 1군에서 8경기 밖에 나오지 못했고, 2009년에는 2경기만 치렀다. KIA 내부 뿐만 아니라 야구계에서 전반에서 김경언에 대한 평가는 좋지 않았다. 당시의 김경언은 전형적인 '게으른 천재' 유형이었다. 잠재력은 좋지만, 노력하지 않고 집중력이 부족해 대성하기 어렵다고 봤다.
그런 김경언에게 시선을 돌린 인물이 바로 한 위원이다. 당시 외야자원이 부족했던 한화의 팀 사정을 고려해 김경언을 받았고, 잘 다듬으면 충분히 제 몫을 할 것이라고 믿었다. 워낙에 잠재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한 위원은 "고교(경남상고) 시절 김경언은 정말 엄청난 선수였다. 프로 최고의 교타자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KIA 시절 출전기회가 적다보니 점점 엇나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KIA에서 2008~2009 2년간 고작 1군 10경기에 나오며 잊혀져가던 김경언은 한화에 와서 조금씩 자신감을 회복해나갔다. 출전경기수가 많아졌고, 그런만큼 집중력과 훈련량도 늘어났다. 더불어 2011년 말 결혼까지 했다. 한 위원은 이런 요소들이 김경언의 잠재력을 밖으로 끄집어낸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위원은 "선수는 일단 경기를 치러야 실력이 는다. 김경언도 결국 한화에서 자리를 잡게되면서 스스로 갖고 있던 정교한 배트 콘트롤 등의 장점이 드러나게 된 것이다. 결혼을 하고 서른이 넘어가며 책임감이 강해진 것도 좋은 활약의 배경이다"라고 설명했다. 김경언의 활약이 일시적인 게 아니라 진짜배기라는 뜻이다.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