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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최주환의 내려놓기, 더욱 짙어진 팀내 비중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5-04-19 09:56


2015 KBO리그 두산베어스와 롯데자이언츠의 경기가 18일 서울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9회말 2사 1,2루에서 최주환이 끝내기 3점홈런을 치고 포효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4.18/

확실한 두산 최주환은 아이러니컬한 측면이 있다.

그는 뛰어난 타격 능력을 지닌 백업 3루수다. 김현수는 "스윙 매커니즘은 나보다 더 나은 선수"라고 했고, 실제 2012년부터 2할 후반대 타율을 꾸준히 기록했다.

백업이었기 때문에 경기 출전이 들쭉날쭉했다. 타격감 자체가 최상의 상태가 아닌 상황에서도 2할 후반대 타율을 기록했다는 것은 그만큼 타격 자질이 괜찮다는 의미.

2010년에는 퓨처스리그에서 홈런과 타율을 모두 석권하기도 했다.

그 중 컨택트 능력은 최상급이다. 최주환은 "맞히는 게 최대의 강점"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나쁜 공도 무의식적으로 휘두르는 부작용도 있긴 하다. 어릴 때부터 항상 막대기를 휘둘러 무언가를 맞히는 연습을 한 결과물이다.

문제는 은연 중에 나오는 욕심이었다. 프로선수라면 경쟁심은 필수다. 최주환도 강했다. 두산은 내야진이 워낙 좋은 팀이다. 웬만한 실력으로 명함을 내밀기 쉽지 않다.

하지만 그 부분을 컨트롤하는 힘이 필요했다. 그러기에는 최주환은 너무 젊었다. 조바심을 냈고, 결국 실전에서 좋지 않은 결과로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최주환은 항상 "마음을 제어하기 위해 항상 호수 주변을 산책한다"고 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외국인 타자 제도가 도입됐다. 최주환 입장에서는 더욱 더 힘들어졌다. 게다가 두산은 외국인 타자로 내야자원을 선택했다. 지난 시즌 호르헤 칸투, 올해 잭 루츠였다.


결국 2, 3루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최주환은 백업 유틸리티 플레이어였다.

스프링캠프 때 김태형 신임 감독은 좀 더 정확한 포지셔닝을 했다. 최주환의 임무는 백업 내야수였다. 당시 잭 루츠는 붙박이 3루수로 고정할 계획이었다. 그 백업 역할이 최주환이었다.

실망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의외로 최주환은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당시 그는 "물론 (백업이기 때문에)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홀가분한 느낌이 더 강하다. 연습이나 플레이할 때도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했다. 3루 백업에 초점을 맞추면서, 자신의 능력을 모두 쏟아붓는다는 의미.

그 안에는 반전이 있었다. 최주환의 비중은 실제적으로 더욱 커졌다. 공수가 모두 능한 잭 루츠다. 하지만 유일한 약점은 다양한 부상경력이다. 항상 지적된 부분이 '온전히 한 시즌을 치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었다.

실제 경기 초반 부진했던 그는 허리 부상으로 나오지 못했다. 김 감독은 "보이는 곳이 아픈 게 아니라, 보이지 않은 곳이 아프기 때문에 더욱 걱정"이라고 했다.

결국 루츠의 공백은 최주환이 메워야 했다. 뛰어난 내야 백업진이 많다는 것은 두산의 최대 강점이기도 했다. 그는 웬만한 주전보다 낫다. 공격은 정평이 나 있고, 수비 역시 지난 2년간 많이 향상됐다. 특히 3루 수비가 지난해 막판 자신감을 얻으면서 더욱 좋아졌다. 아직도 간간이 어설픈 측면은 있지만, 예전에 비하면 매우 안정적으로 변했다. 최주환이 3루수로 나서면서, 잭 루츠의 공백은 거의 없다.

결국 '사고'를 쳤다. 최주환은 프로 데뷔 이후 첫 끝내기 3점 홈런을 터뜨렸다. 18일 잠실 롯데전 9회말 극적인 스리런 홈런으로 경기를 끝냈다.

그를 둘러싼 상황은 좋지 않았지만, 저절로 욕심을 줄이면서 오히려 더욱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주환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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