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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많은 김사연, 시련이 더 강하게 만든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5-04-15 08:46


11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2015 프로야구 넥센과 KT의 경기가 열렸다. 4회초 1사 1,2루서 KT 김사연이 1타점 적시타를 친 후 환호하고 있다.
목동=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4.11.

"긴장 풀면 또 다쳐요. 그래서 안심 안합니다."

지난 2월 kt 위즈의 일본 가고시마 스프링캠프 현장. kt 김사연은 설레는 마음으로 시즌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여곡절 야구 인생 끝에 해가 뜨는 듯 했다. 지난해 퓨처스리그를 지배하다시피 했고, 일찌감치 조범현 감독의 눈도장을 받으며 1군 주축 선수로서 활약이 예고됐었다. 하지만 마음 한켠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 2010년도의 아픔 때문. 1군 개막전을 앞두고 시범경기에서 손바닥 골절상을 당하며 꿈을 접을 위기에 처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프링캠프에서 열심히는 하되, 다치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렇게 꿈에 그리던 1군 개막 엔트리에 들었다. 이대형의 대타였지만, 스타 선수들만 나갈 수 있다는 미디어데이 행사에도 kt 대표로 당당히 나섰다. 개막 후, 2군에서만큼은 아니었지만, kt 주축타자로 활약을 했다. 지난 11일 넥센 히어로즈전 창단 첫 승 당시 결승타의 주인공도 김사연이었다.

하지만 김사연은 또 울어야 했다. 이번에도 손이다. 손 부상 악몽이 그에게 반복되고 있다. 김사연은 14일 수원 두산 베어스전에서 상대 변진수의 투구에 왼 손등을 강타당했다. 김사연이 공에 맞기 앞서 상대팀 민병헌도 똑같은 부위에 공을 맞았다. 다행히 민병헌은 검진 결과 단순 타박상 판정이 나왔다. 위즈파크에 있던 모두가 한숨을 쓸어내린 가운데, 김사연은 골절 소식이 날아들었다. 참 기구한 운명이다. 개막 후 겨우 보름 남짓 뛰었다. 그리고 3달 정도를 쉬어야 한다. 김사연이 자신의 꿈을 펼치기에는 너무 부족한 시간이었다.

지금은 이렇게 큰 기대를 받는 선수가 됐지만 사실 김사연의 야구 인생은 이름처럼 사연이 매우 많았다. 역경을 이겨냈다. 2차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가고시마에서 만난 감사연은 "고등학교(세광고)를 졸업하면서부터 시작이었다.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다. 2007년 신고선수로 한화 이글스에 입단했다. 계속 2군에만 있다가 한대화 감독님이 오신 2010년 기회가 왔다"고 했다. 한 전 감독이 김사연의 재능을 알아봤다. 정식 선수로 스프링캠프에 데려간 것도 아니었다. 프런트 직원과 함께 방을 쓰며 처음에는 훈련 보조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런 김사연에게 한 감독이 조금씩 기회를 줬고, 재능을 펼쳐보였다. 결국 정식 선수가 돼시범경기 엔트리에도 살아남아 1군 진입 가능성을 밝혔다. 하지만 배팅 훈련 도중 손바닥 골절상을 당하고 말았다. 재활로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지만 뼈는 붙지 않았고 수술을 했다. 육군 현역병으로 입대를 했고, 상병 진급을 했을 때 한화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다. 김사연은 "야구를 포기해야 하나 싶었다. 집에서도 동의했다. 너무 힘들게 야구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꾸로 내가 가족들을 설득했다. 3년 열심히 해보고 안되면 그만두자고 했다"라는 사연이 있었다. 그렇게 2013년 넥센 히어로즈에 신고선수로 입단했고 2차 드래프트를 통해 kt 유니폼을 입게 됐다.

어쩔 수 없는 부상이었다. 절대 다치지 않겠다며 몸 관리에 철저히 신경썼다. 하지만 사구는 경기 중 피할 수 없는 한 요소다. 운이 없었다고 해야한다.

다행히 2010년과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당시에는 하루하루 야구단 생활을 연명해가던 무명의 선수였다면, 이제는 kt이 당당한 주축 선수다. kt가 부상을 이유로 그를 방출할 가능성은 0%. 오히려 하루라도 빨리 복귀시키기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김사연 본인 입장에서는 3개월이 3년같이 길게 느껴지겠지만, 시즌 아웃이 아닌 돌아올 여지가 있는 부상이라는 사실에 스스로 위안을 삼는게 가장 현명하다.

안타까운 사연 속에 1명의 신데렐라 선수가 새로운 사연으로 태어나는 듯 했다. 무조건적인 해피엔딩은 아니게 됐다. 중간 고비가 다시 한 번 찾아왔다. 하지만 비극적으로 결말이 나야 할 이유는 없다. 야구를 넘어, 사람의 인생에서는 눈물 뒤 더 큰 기쁨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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