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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화요일 연패 탈출, 해피엔딩의 복선?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5-04-01 10:44


2015 KBO리그 LG트윈스와 롯데자이언츠의 개막전 경기가 3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롯데 5회초 2사 만루에서 최준석의 적시타때 황재균과 아두치가 홈을 밟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3.31/

"우리 아무 것도 안했어요. 그냥 평소처럼."

롯데는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전에서 7대1 8회 강우콜드승을 거뒀다. 개막 후 3연승. 연승을 달려서 기쁜 날이 아니었다. 큰 의미가 있는 승리였다. 화요일 악몽을 시작부터 지웠다. 롯데는 지난 시즌 5월6일 화요일 경기 흥리 이후 화요일 경기에서 16연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화요일 경기 성적 때문에 가을야구를 하지 못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즌이었다. 한 번, 두 번 지기 시작하자 화요일에 약하다는 꼬리표가 따라붙기 시작했고, 선수들은 심리적으로 더욱 압박받았다. 연패가 길어지자 '쉬는 월요일 도대체 뭐하는거냐'라는 비아냥이 들렸다. 술마시고, 흥청망청 노는 것도 아니라 선수들은 억울한 마음뿐이었다. 그래서 꼭 이기고 싶었지만, 경기는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롯데는 개막 2연승으로 반전 분위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LG와의 첫 경기를 패했다고 가정해보자. 또, 팬들과 언론은 '롯데 화요일의 악몽 2015 시즌에도 계속되나'라는 얘기를 했을 것이다. 완전한 찬물이다. 이 위기를 화끈한 공격야구로 극복했다. 꽤나 의미심장한 승리다.

더 주목할 부분이 있다. 이 승리가 별 노력 없이(?) 만들어졌다는 점. 선수도 사람이기에 LG전을 앞두고 선수들이 긴장할 듯 싶었다. 특단의 조치가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예를 들면, 하루 전 올라와 저녁 외출금지나 특정 시간 취침 등 규정을 만드는 것. 하지만 롯데의 한 선수는 "정말 아무 얘기도 없이 평소처럼 경기를 준비했다"라고 했다.

이종운 감독도 마찬가지. 이 감독은 "나도 화요일 부진에 대해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시시콜콜하게 선수들에게 말할 필요가 있겠나 싶었다. 프로 아닌가. 선수들이 주어진 틀 안에서 자유롭게, 그리고 편하게 경기를 준비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라고 했다. 이 감독의 지론은 이렇다. 보통 원정경기를 하면 11시나 돼야 숙소에 도착해 샤워를 마친다. 그리고 저녁을 먹어야 한다. 저녁 먹고 바로 잠이 들 수 없다. 시간이 새벽까지 늘어지더라도 본인 스스로 컨디션 조절을 하기 위해 담소도 나누고 차도 마시는 등의 활동을 하는 것은 프로로서 꼭 해야하는 몸관리라는 것. 만약, 팬들이 새벽 늦게까지 잠을 자지 않는 선수들의 모습을 봤다고 해도 절대 비난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했다. 이 감독은 부임 직후 선수들에게 딱 한마디를 했다. "휴식도 훈련이다"였다. 이 한 마디 안에 선수들에게 하고 싶었던 모든 얘기가 담겨있었다. 화요일 부진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다.

롯데는 현재 선수들 스스로 야구를 하며 큰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LG전 승리 후 한 선수는 "진짜 내가 느껴보는 최고의 팀 분위기"라고 좋아했다. 지난해 코칭스태프와 선수간 불신이 생길 수 있었던 큰 사건들이 터졌다. 새 코칭스태프가 어찌보면 선수들을 믿지 못하고, 감시자 역할을 더 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로 흐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감독 이하 코치진들은 이럴 때일수록 선수들을 믿어야 한다며 '큰 틀의 규칙 속 자율'을 주고있다. 시즌 초반 선수들이 그 믿음에 부응하고 있다. 크게 부담스러웠을 첫 화요일 경기의 승리, 롯데의 2015 시즌 해피엔딩의 복선일 수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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