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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보여주려고 그동안 그렇게 애를 태웠나.
단순히 눈에 보이는 성적이 좋아서 희망적인게 아니다. '어게인 2009'를 외칠만 했다. 2009년 KIA 타이거즈 시절의 김상현의 리그 최고의 타자였다. 타율 3할1푼6리 36홈런 127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당시 활약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치면 장타'였다. 그만큼 힘이 발군이었고, 그 힘을 뒷받침할 컨택트 능력도 있었다.
롯데전 활약은 인상적이었다. 자유자재였다. 1회 첫 스리런포를 칠 때는 바깥쪽 공을 잘 밀었다. 힘을 빼고 욕심을 버린 결과다. 3회 좌전 적시타 때는 바깥쪽 변화구를 욕심내지 않고 툭 잡아당겼다. 유격수 키를 살짝 넘는 안타. 5회 좌중월 홈런을 칠 때는 변화구 타이밍을 완벽히 맞혀 공이 오기도 전에 앞에서 공을 쪼개버렸다.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할 수 있는 완벽한 타구였다.
그렇게 김상현은 절치부심 시즌 개막을 준비했고, 첫 쇼케이스에스 완벽한 모습을 선보였다. 결국, 조 감독의 믿음에 김상현도 편하게 마음을 먹을 수 있었다. 김동명이 리드오프로 괜찮은 활약을 해줬고 이대형-박경수 등 상위 타순의 출루율이 나쁘지 않기에 김상현만 지금의 활약을 이어가면 kt 타선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이제 남은 건 김상현이 자신 스스로와의 싸움을 어떻게 해나가느냐는 것이다. 지금 활약에 고무돼 또다시 타석에서 힘이 들어간다면 개막전 대활약에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개막전과 같이 '홈런'이 아닌 '타점'을 위한 스윙이 나온다면 타점에 홈런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2009년 127타점은 홈런이 36개였던 점을 감안하면 매우 가치있는 기록이었음을 돌이킬 필요가 있다. 지난해 홈런왕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는 52개의 홈런을 쳤지만 타점은 124개였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