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이 많다. 도저히 못 기다리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굳은 믿음을 저버리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다. 한화 이글스의 장타를 책임져야 할 거포 최진행(30)은 과연 언제쯤 기다리는 이들의 믿음에 부흥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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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단 초기부터 홈런 타자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던 최진행은 비교적 뒤늦게 잠재력을 발휘한 선수다. 프로 입단 7년차였던 2010년에 불쑥 32개의 홈런을 터트렸다. 이전까지 두 자릿수 홈런조차 기록하지 못하다가 갑작스럽게 대형 홈런타자의 자질을 뿜어낸 것. 시즌 중반까지 당시 롯데 자이언츠 4번타자 이대호와 홈런왕 레이스를 펼쳤다가 결국 2위를 차지했었다. 당시만 해도 최진행의 잠재력이 완전히 개방돼 향후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개막전부터 4번타자로 기용된 2011년의 성적은 실망스러웠다. 2010년(464타석)과 비슷한 434타석에 나왔지만, 홈런은 19개로 확 줄었다. 삼진을 줄이는 데 집중하다가 장타력도 감소한 것. 이후 계속 하락세였다. 2012년에는 홈런이 17개로 줄었고, 2013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8개와 12개에 그쳤다. '거포'라는 수식어를 붙이기 민망한 수치다. 그렇다고 고질적인 삼진이 줄은 것도 아니다. 지난해 최진행의 삼진/볼넷 비율은 3.43대1이었다. 쉽게 말해 삼진이 볼넷보다 3.43배나 많았다는 것.
다행히 최진행의 몸상태는 현재 상당히 좋다. 체중 감량도 성공적이었다. 김성근 감독 역시 지명타자로서 최진행의 장타력에 일정부분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시범경기에서는 아직 장타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 최진행은 16일까지 7경기에 나와 타율 1할5푼8리에 2타점으로 부진하다. 홈런은 아직 없고, 볼넷 2개에 삼진 6개를 기록 중. 여전히 삼진이 많고, 정확도는 떨어진다. '시범경기'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정규시즌에도 이같은 모습이 이어지는 건 한화로서는 심각한 고민이 될 수 있다. 최진행이 하루 빨리 장타를 날려줘야 하는 이유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