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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는 거포' 한화 최진행, 언제쯤 홈런포 쏠까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3-17 10:26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이 많다. 도저히 못 기다리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굳은 믿음을 저버리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다. 한화 이글스의 장타를 책임져야 할 거포 최진행(30)은 과연 언제쯤 기다리는 이들의 믿음에 부흥할 것인가.


13일 대전 한밭야구장에서 KBO리그 시범경기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 전 한화 김성근 감독이 최진행에게 타격에 대해 조언을 해주고 있다. 최진행의 타격을 바라보고 있는 김성근 감독.
대전=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3.13
과거 '다이나마이트 타선'이라고 불릴 정도로 한화는 장타력에 관해서는 특화된 팀이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그렇지 않다. 홈런과 장타가 확 줄어들었다. 2008년 1위(120개)와 2009년 2위(164개)를 기록할 때까지는 막강 화력이 살아있었지만, 2010년대에 들어서는 위력이 크게 떨어졌다. 2010년에는 8개 구단 중 7위(104개) 2011년에는 6위(93개) 2012년 5위(71개)로 조금씩 상승곡선을 그리는 듯 하더니 2013시즌에는 팀 홈런이 고작 47개에 그치고 말았다. 9개 구단 중 최하위이자 1위 넥센(125개)의 약 ⅓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4년 역시도 팀홈런 순위 8위(104개)에 그쳤다.

이같은 페이스가 의미하는 것은 둘 중 하나다. 팀 내에 장타를 칠 만한 선수가 아예 없거나 혹은 그런 역할을 해줘야 하는 선수가 제 몫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 한화의 현실은 후자 쪽이다. 홈런을 칠 수 있는 선수는 있다. 하지만 그런 선수들이 그간 계속 제 몫을 해주지 못했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최진행이다.

입단 초기부터 홈런 타자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던 최진행은 비교적 뒤늦게 잠재력을 발휘한 선수다. 프로 입단 7년차였던 2010년에 불쑥 32개의 홈런을 터트렸다. 이전까지 두 자릿수 홈런조차 기록하지 못하다가 갑작스럽게 대형 홈런타자의 자질을 뿜어낸 것. 시즌 중반까지 당시 롯데 자이언츠 4번타자 이대호와 홈런왕 레이스를 펼쳤다가 결국 2위를 차지했었다. 당시만 해도 최진행의 잠재력이 완전히 개방돼 향후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개막전부터 4번타자로 기용된 2011년의 성적은 실망스러웠다. 2010년(464타석)과 비슷한 434타석에 나왔지만, 홈런은 19개로 확 줄었다. 삼진을 줄이는 데 집중하다가 장타력도 감소한 것. 이후 계속 하락세였다. 2012년에는 홈런이 17개로 줄었고, 2013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8개와 12개에 그쳤다. '거포'라는 수식어를 붙이기 민망한 수치다. 그렇다고 고질적인 삼진이 줄은 것도 아니다. 지난해 최진행의 삼진/볼넷 비율은 3.43대1이었다. 쉽게 말해 삼진이 볼넷보다 3.43배나 많았다는 것.

이런 부진의 배경에는 상당부분 부상이 차지하고 있다. 몸 상태가 좋지 못하다보니 힘과 정확성이 동반 하락한 것. 그래서 최진행은 2013년 9월 오른쪽 무릎 수술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 경기에 나섰는데, 올해는 완벽한 몸상태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래서 스프링캠프도 대부분 오키나와 재활군에서 보냈다.

다행히 최진행의 몸상태는 현재 상당히 좋다. 체중 감량도 성공적이었다. 김성근 감독 역시 지명타자로서 최진행의 장타력에 일정부분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시범경기에서는 아직 장타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 최진행은 16일까지 7경기에 나와 타율 1할5푼8리에 2타점으로 부진하다. 홈런은 아직 없고, 볼넷 2개에 삼진 6개를 기록 중. 여전히 삼진이 많고, 정확도는 떨어진다. '시범경기'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정규시즌에도 이같은 모습이 이어지는 건 한화로서는 심각한 고민이 될 수 있다. 최진행이 하루 빨리 장타를 날려줘야 하는 이유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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