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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경기 1위 LG는 마냥 행복하고, 꼴찌 한화는 불행할까. 목판에 새긴 작품을 눈을 감고 더듬 더듬 손으로 살펴보면 윤곽과 대충 밑그림은 알수 있겠지만 작품은 언제나 그렇듯 눈으로 보고 느껴야 제맛이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시범경기는 어디까지나 시범경기다.
김성근 한화 감독에게 올 시범경기는 스프링캠프의 연장이다. 겨우내 훈련이 부족했던 선수들을 데리고 강도높은 훈련을 계속시키고 있다. 대부분 팀들이 사이클을 훈련에서 실전 적응으로 옮기고 있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조인성이 다치고 정근우의 부상 후유증이 적지 않지만 그렇다고 한화 팬들이 걱정만 하진 않는다. 어이없는 수비실책들이 많이 사라졌고, 새로운 얼굴들의 기량은 몰라보게 성장했다. 한화의 고질이던 옅은 선수층이 다소 개선되는 모습이다. 송은범은 나아질 기미가 확실하고 배영수와 권혁 등도 기대감을 키운다.
시범경기는 선수와 코칭스태프, 팬들, 커미셔너 사무국이 함께 겪는 야구 환절기다. 야구없이 몇달을 보내다 새로움을 만끽하는 시기다. 사무국은 바뀐 규정과 세칙을 적용한다. 선수들은 겨우내 갈고닦은 기량의 성취 여부를 가늠한다. 코칭스태프는 라인업을 새로 구성하고 1년간 싸울 전술, 전략에 골몰한다. 팬들은 야구 갈증을 다소나마 해소하며 개막을 손꼽아 기다린다. 지는 것보다야 이기는 편이 좋겠지만 시범경기는 승패보다는 좀더 다양한 시각에서의 완성도가 더 중요하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