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KBO(한국야구위원회) 리그 타이틀 스폰서 타이어뱅크. 지난 주 KBO가 타이어 유통전문기업 타이어뱅크와 3년 간 타이틀 스폰서 계약을 발표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보면서 가슴 벅찬 감동을 경험했다고 한다. 야구에 대한 관심, 창업자다운 진취적인 기상이 이 작은 기업을 프로야구로 이끈 것이다. 타이어 전문유통이라는 황무지를 개척한 김 회장은 차분하면서도 확신에 찬 목소리로 프로야구와의 상생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사실 우리 회사 규모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동안 국내 유수의 대기업이 타이틀 스폰서를 맡지 않았나. 몇 년 전부터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사실 지난 해에도 관심이 있었지만, 계약 기간이 남아있어 나서지 못했다. 이번에 한 번 해보자고 결심을 하고 적극적으로 나섰다. 노력한 사람한테 세상은 기회를 준다는 걸 다시 한 번 알게 됐다. 기업 규모는 작지만 다른 기업보다 더 잘 해보고 싶었다.
―타이어 유통업체와 야구, 잘 매치가 안 된다.
우리 회사의 사훈이 '국민이 좋아하는 타이어뱅크'다. 우리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가 프로야구가 아닌가. 프로야구가 우리 회사와 닮은 점이 많다.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기업'이 우리의 모토인데, '국민을 즐겁게 하는 프로야구'와 함께 하고 싶었다. 2012년 넥센 한-일 레전드 매치 때 시구를 하면서 야구가 국민을 행복하게 한다는 걸 느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09년 WBC를 보면서 큰 감동을 받았다. 그때는 전 경기를 생중계로 챙겨봤고 리플레이해서 또 봤다. 미국에 출장가면 메이저리그 경기를 봤는데, 너무 매력적이었다.
―넥센 타이어가 히어로즈의 메인 스폰서이고, 금호타이어는 KIA 타이거즈를 후원한다. 또 지난해 한국타이어가 메이저리그 구장 펜스 광고를 하는 걸 봤다. 타이어 업체가 야구를 선호하는 이유가 있나.
타이어와 야구공 모두 동그란데, 형태에서 연관성이 있지 않나. 타이어 업계가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노력을 더 하는 거 같다. 프로야구가 선도적인 스포츠이다보니 찾게 되는 게 아닐까.
―타이틀 스폰서의 한해 홍보효과가 1000억원이 넘는다는 조사 자료가 있다. 3년 후에 어느 정도 효과를 예상하나.
우리가 후원하는 기간에 관중 1000만명 시대가 열렸으며 좋겠다. KBO 리그와 1000만명의 국민에게 인정을 받고 싶다. 국민이 좋아하는 KBO 리그가 됐으며 좋겠다.(김 회장은 KBO 리그의 캐치프레이즈가 'always B with you', '야구는 늘 여러분과 함께 합니다'라고 하자 '국민을 즐겁게 하는 프로야구'로 바꾸면 어떻겠느냐고 했다. 김 회장은 '앗 타이어, 신발보다 싸다'라는 타이어뱅크를 널리 알린 광고 문구를 직접 만들었다)
―기업은 투자대비 효과를 확실히 따질 수밖에 없다. 구체적인 기대치를 말해달라.
KBO는 타이틀 스폰서의 노출 효과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1000억원이 넘는다고 하는데,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1000억원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국민을 즐겁게 한다면 1000억원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중소기업과 손잡는다는 게 어려운데 KBO에 감사한다. 생각을 바꾸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만큼 KBO가 생각이 열려있다고 본다. 광고효과를 보지 못하고 우리 회사가 중간에 망하거나 매출이 떨어진다면 우리가 KBO에 부채를 지게 되는 것이다. 대기업의 경우 매출 1조원이 증가해도 표가 안 나겠지만, 우리같은 회사는 금방 매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프로야구가 잘 돼 (타이틀 스폰서 금액으로)100억원, 150억원을 써도 괜찮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발전했으면 좋겠다.(그동안 타이어뱅크는 미디어 노출을 통한 홍보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 회장은 "속초에서 제주까지 우리 회사 이름을 하루 500만명 이상이 볼 수밖에 없게 했다"고 했다. 타이어뱅크는 전국 360여개 교통 요지에 매장을 두고 있다)
|
타이어뱅크가 중앙 무대에서 국민과 함께 할 수 있게 됐다. 저와 우리 직원들에게 행운이다. 쉽게 주어지는 기회가 아니다. 조심스럽지만 관중 1000만명 시대를 빨리 열고, 국민이 더 열광하는 스포츠가 되는데 기여하고 싶다.
―이전에 야구와 인연이 궁금하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친구(비서실장)가 야구선수 출신이다.(웃음) 평소에 야구 얘기를 많이 한다. 야구가 베이징올림픽과 WBC 때 많은 감동을 주지 않았나. 한-일 레전드 매치에서 시구를 할 때 이만수 전 감독과 악수도 했다. 꾸준히 사랑받는 스포츠는 야구밖에 없는 것 같다. 우리에게는 이번 타이틀 스폰서가 회사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우리 회사의 운명을 건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를 계기로 성장의 발판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다. 사실 느낌이 좋다. 타이어뱅크와 KBO 리그가 '윈윈'할 수 있을 것 같다.(남동근 비서실장은 대전 신흥초, 충남중에서 외야수로 뛰었다고 한다)
―평소에 야구를 즐길 시간이 있나.
휴식이 필요할 때 야구를 즐겨 본다. 사내에 야구동호회가 있다. 4년 전에 출범했다. 직원 대부분이 야구를 좋아하고 즐기고 있다. 선수로 뛸 나이는 지났고, 봄 가을에 운동장에 나가 우리 야구팀을 응원한다. 격려금을 주고 밥 사주는 게 내 일이다.(웃음) 기업도 야구처럼 우여곡절이 많다는 점에서 비슷한 것 같다. 다행히 우리 회사는 상승국면에 있다. 야구로 치면 베이징올림픽 때 그 정도 분위기를 갖고 있다. 이 분위기를 잘 이끌어가야 한다.(타이어뱅크는 최근 한화 이글스의 홈구장인 대전구장 스카이박스와 포수 후면석 시즌권 4장을 구입했다)
―자동차 사고를 당할뻔한 일이 계기가 되어 사업을 시작했다고 하던데.
1989년에 타이어를 교체한 후 사고 위험을 겪었다. 그 때는 타이어 때문에 자주 사고가 일어났다. 그런데 전문점이 없었다. 자동차 500만대 시대였는데 한 해에 1만5000명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이 중 35%가 타이어로 인해 일어난 사고였다. 타이어가 비싸니까 한도가 지난 걸 사용했고, 품질과 규격이 안 맞는 타이터를 쓰는 운전자가 많았다. 지금은 타이어 사고가 전체 사고 중 5% 이내로 줄었다. 농담삼아 웬만한 병원보다 우리 회사가 살린 분이 더 많다는 얘기를 한다.(김 회장은 초기에 타이어 제조업체의 방해가 심했다고 했다. 그런데 매장 문을 열면 운전자들이 줄을 서는 걸 보고 옳은 길을 가고 있다고 확신했다고 한다)
―야구 말고 다른 종목에도 관심이 있나.
대전시양궁협회 부회장, 회장, 명예회장으로 10년 넘게 일했다. 양궁은 비인기종목이라 재정이 빈약했다. 다른 일부 종목처럼 자체 수익으로 운영하기가 어렵다. 사회에 기여하는 차원에서 임원을 맡았다.
김 회장은 지역사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대전 CEO 아카데미 회장으로 있고, 지난해에는 모교인 충남대에 10억원을 기부했다.
세종=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