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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골탈태 외치던 롯데, 정신 못차렸다 [긴급진단]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5-03-08 11:12


◇이창원 롯데 사장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바꾸며 환골탈태하겠다던 롯데 자이언츠. 과연 그들은 변하고 있을까.

롯데 자이언츠가 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시범경기를 시작으로 2015 시즌을 맞이했다. 롯데에게는 중요한 한 해다. 지난해 다시 떠올리기 싫은, 프로팀 답지 못한 사건-사고들을 만들어내며 명예가 추락했다. 사장, 단장, 감독을 모두 바꾸며 "변하겠다"라고 외쳤다. 그렇다면 롯데는 얼마나 변했을까.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답답한 상황이다. 롯데 사정을 잘 아는 한 프로야구 관계자는 "지난해 CCTV 사태를 진화하려 팬들 앞에 허리 한 번 숙인 것이 전부다. 또, 롯데 만의 시스템은 그대로 돌아가고 있다. 차라리 이전 단장 등 프런트는 야구라도 알았다. 그래서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게 뭔지는 알았다. 하지만 지금 사장, 단장은 야구를 전혀 모른다. 이전처럼 권위는 내세우는데, 야구까지 모르니 현장은 더욱 답답해하고 있는 처지"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종운 감독은 부임 직후 A 코치 영입을 직접 추진했다. 만나서 설득을 하고 구두 약속까지 했다. 그리고 구단에 "얘기가 다 돼있으니 꼭 계약해달라"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A 코치는 다른 팀으로 가버렸다. 야구를 모르는 단장이 일을 흐지부지 진행하다 놓치고 만 것이다. 야구판은 전쟁터다. 잠깐 한 눈을 파는 사이 선수, 코치 영입전에서 밀린다. 보통 신임 감독이 오면 FA 선수 영입 등으로 힘을 실어주기 마련. 하지만 이 감독은 다른 팀들이 선수들을 영입하는 것을 구경만 하고 있어야 했다. 그러면서 은근히 성적은 내달라고 요구하는 모양새다.

스프링캠프에서 현장에서도 가관이었다. 기자는 가고시마 2차 캠프를 취재했다. 야구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야구. 선수들이 훈련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그래서 홍보 업무도 중요하다. 훈련장에 방송, 신문 취재진 등이 무작정 들이닥치면 훈련 분위기가 망가질 수 있기 때문. 하지만 롯데는 이 치열한 현장에 지난해 입사한 막내 직원 1명을 배치하고 '네가 알아서 하라'라는 식의 업무지시를 했다. 지난해 정규시즌 원정경기 출장 경험도 없는, 사무실에서 기본 업무만 처리하던 신입 사원이었다. 현장 경험이 전혀 없으니, 당연히 일처리가 매끄울 수 없었다. 현장에서는 "저 직원이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정말 안쓰럽다"라며 문제 제기도 하지 않았다. 문제는 캠프 진행 중 실시한 인사 이동. 이 막내 직원을 제외하고 새로운 팀장과 과장급 직원 1명이 홍보팀으로 옮겨왔다. 이 사람들도 가고시마 현장에 있었다. 하지만 뒷짐만 지고 있었다. "인사 이동 전 원래 보직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라는게 이유였다. 그 업무가 선수단을 위한 일이라면 이해라도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들의 주 업무는 구단주대행, 사장, 단장 의전이었다. 새 홍보팀장은 현장을 찾은 구단주대행 의전에 딴 일을 할 수 없었다. 과장급 직원도 마찬가지. 그렇다고 새로운 팀으로 옮긴 전 홍보팀 직원이 지원을 하는 조치도 없었다. 결국, 야구보다는 높은 지위의 간부들을 위한 일이 가장 중요한 롯데였다.


◇이윤원 롯데 단장
2월 28일 롯데에는 사고가 있었다. 훈련 도중 선수가 친 타구에 훈련을 돕던 베테랑 직원이 강타를 당했다. 개인 프라이버시가 있기에 정확한 사고 상황은 기술하지 않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현지에서 응급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심각한 사고였다. 선수단은 곧바로 훈련을 중단하고 철수했다. 선수들을 아들같이 챙기던 프런트의 부상에 분위기가 가라앉은 것은 당연했다.

문제는 하루 뒤 시내 식당가에서 단장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것. 유명 돈가스 집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 줄을 서있었다. 아무리 수술이 끝났고 무사하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한 구단을 책임져야하는 단장이 줄을 서가며 돈가스를 먹어야 했을까. 더군다나 혼자 온 것도 아니었다. 그 돈가스를 먹기 위해 새롭게 홍보팀에 편입된 과장, 그리고 전임 홍보팀장이 그를 수행하고 있었다. 현장에서는 인력이 부족해 막내 직원이 이리저리 뛰고 있었는데 말이다.

롯데는 최근 또 하나의 유탄을 맞았다. 팬 참관단 캠프 투어 논란이다. 원래 전체 팬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투어가 사정상 취소가 됐는데, 롯데는 일부 팬들 만을 비밀리에 데려갔다. 하지만 요즘 SNS 시대에 비밀이 있을까. 이 사실이 알려지고 팬들이 분노했다. 개막 전 팬들이 야구장에서 발길을 돌리게 하는 악재다. 8인의 참관단 선정 과정도 논란이 됐다. 구단은 "서포터즈 간부에게 '8명을 추천해달라'라고 부탁했고, 거기서 결정된 8명이 가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팬들은 "서포터즈라는 존재가 공식적으로 있었는가"를 시작으로 "지난해 CCTV 사건이 터졌을 때 집중적으로 롯데를 비판하던 8명을 포섭하기 위해 초대했다"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롯데는 "매년 '서포터즈 야구대회'를 실시하지만, 공식적으로 서포터즈 개념은 없다"라는 애매한 답을 내놨다. 홍보 업무 출신 이창원 사장이 팬들과의 SNS 소통을 강조하며 롯데는 이것저것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데,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서 오히려 좋지 않은 효과만 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실무진에서 일부 인원만 데려가면 분명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보고를 했다. 하지만 간부급 인사가 '무슨 문제가 있겠느냐'라며 그냥 최종 결제를 올린 것으로 알고있다. 당연히 야구단 실무를 잘 모르는 고위층은 OK 사인을 낼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진정한 프로로 거듭나겠다고 말로는 하고 있지만, 프런트 일처리는 여전히 아마추어식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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