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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프로야구 출신 최고의 메이저리거는 누가 뭐래도 스즈키 이치로(42)다. 일본에서 1278안타를 때린 뒤 2001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지난해까지 2844안타를 기록했다. 일본 시절을 포함해 1993년부터 2014년까지 프로 22년 통산 4122개의 안타를 날렸다. 메이저리그 최다 안타 기록인 피트 로즈의 4256안타와는 불과 134개 차이다. 메이저리그 통산 안타 순위 46위이며, 156안타를 보태면 3000안타 클럽에도 가입한다.
이치로가 메이저리그를 고집한 것은 '3000안타' 기록 말고는 딱히 다른 이유는 없다. 미국, 또는 메이저리그 문화가 좋아서 일본행을 미뤘다는 설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그는 미국에서 14년을 살아 영어를 구사할 줄 알지만, 거의 모든 공식석상에서는 통역을 통해 의사를 전달한다. 이치로는 이미 현재의 기록 가지고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동양 출신으로 정교한 타격과 빠른 발, 뛰어난 수비로 메이저리그를 정복한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특히 10년 연속 200안타는 139년 메이저리그 역사상 이치로가 유일하다. 야구선수에게 기록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미국 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서도 선수들은 은퇴가 다가올수록 기록에 애착을 드러낸다. 송진우와 양준혁이 그랬고, 이종범도 언급했다. 이치로에게 3000안타는 처음부터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었던 꿈일지 모른다.
이치로와 관련해 연상되는 일본인 선수가 구로다 히로키(40)다. 구로다는 지난해 12월 히로시마와 1년 4억엔에 계약하며 8년만에 일본으로 돌아갔다. 의외인 것은 지난 시즌 후 FA가 된 구로다를 향해 여러 팀들이 영입의사를 전달했다는 점이다. 특히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1년 1800만달러의 조건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뒤로 하고 구로다는 고향을 선택했다. 그는 메이저리그 진출 당시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일본으로 돌아가 히로시마에서 보내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려 했다. 이 때문에 히로시마 팬들 사이에서는 지금 감동의 물결이 일고 있다.
이치로와 구로다 모두, 선택 과정에서 돈은 전혀 개입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치로는 메이저리그에서 연봉만으로 1억5900만달러를 벌었다. 구로다 역시 메이저리그 7년 통산 9000만달러 가까운 연봉을 받았다. 성공한 야구선수들에게 나이 마흔을 넘어서면 의리, 꿈이 중요해지는 모양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