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강정호(28)가 낯선 수비 훈련을 시작했다. 넥센 히어로즈 염경엽 감독의 지도에 따라 지난 24일(한국시각)부터 2루 수비 훈련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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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는 2009년부터 유격수로만 뛰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때는 잠시 3루수를 봤다. 그래도 유격수와 3루수는 타구를 보고, 송구하는 방향이 같다. 3루는 어깨가 강한 강정호가 쉽게 적응해 할 수 있는 포지션이었다.
'핫코너'로 불리는 3루는 강습 타구가 많지만, 좌우로 이동하는 수비 범위는 유격수에 비해 좁다. 적응에 큰 어려움이 없다. 오히려 수비에 있어 부담이 줄어든다. 빠른 타구에 대한 대응력이나 송구 능력이 좋은 강정호는 아시안게임 당시에도 3루 포지션에 쉽게 적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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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가 2루 수비 훈련에 열중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일단 현재 피츠버그 내야에는 강정호의 자리가 없다. 출발은 '벤치'다. 경기 도중 대타 투입이 되려면,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줄 아는 게 어떤 상황에든 쓰임새를 높인다. 강정호가 해외진출을 선언한 뒤, 미국 현지에서는 유격수 외에 2루와 3루가 가능한 멀티 플레이어라는 가치를 높게 봤다.
또한 피츠버그의 미래를 봤을 때, 2루 수비는 특히 중요하다. 주전 2루수인 닐 워커의 장기계약 가능성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2016시즌 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 워커는 올해 연봉조정을 신청해 900만달러를 요구했다. 고향팀에서 뛰는 프랜차이즈 스타지만, 치솟는 몸값에 재계약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 몇 차례 장기계약 협상에서 닐 헌팅턴 단장이 워커 측에게 실망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3루수 조시 해리슨은 2017시즌 뒤, 유격수 조디 머서는 2018시즌 뒤 FA 자격을 취득한다. 가장 먼저 공석이 되는 건 2루수다. 피츠버그가 현재 분위기대로 워커와의 장기계약에 실패한다면, FA 전 트레이드를 시도할 것이다. 올 시즌 강정호의 성장을 보고, 워커의 거취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강정호가 빠르게 주전 자리를 꿰차려면, 2루수로서 가능성을 보여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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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경엽 감독은 현역 시절 유격수와 2루수를 함께 본 유틸리티 내야수였다. 두 포지션을 병행하는 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2루가 낯선 강정호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직접 지도를 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이날 훈련에서는 염 감독이 직접 펑고를 쳐준 뒤, 가까이서 공을 던져주며 부족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완하는 식으로 훈련이 진행됐다. 특히 2루 송구가 훈련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2루까지 거리에 따라, 가볍게 유격수에게 토스하는 것부터 타구에 따른 풋워크와 송구 동작까지 점검했다.
평소와 달리 반대 방향으로 송구를 해야 함에도 강정호는 곧잘 소화해냈다. 염경엽 감독도 "역시 흡수력이 빠르다"며 강정호의 수비 센스를 칭찬했다. 오랜만에 2루에 섰음에도 강정호는 빠르게 적응하는 모습이었다.
훈련을 마친 강정호는 "2008년 이후 2루 수비 연습을 처음 해본 것 같다. 중간에 한 번씩 2루와 3루 훈련을 해보긴 했다. 오랜만에 했지만, 금방 익혀지는 것 같다. 한 번씩 했던 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정호는 습득력이 빠르다는 염 감독의 칭찬에 "머리가 좋아서 그런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2008년 이후 7년만에 다른 포지션에서 훈련을 시작했지만, 내야 유틸리티요원으로서 강정호의 가치는 떨어지지 않았다. 꽉 찬 피츠버그 내야진에서 강정호의 역할이 보다 중요해질 것 같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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