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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야신의 손에 들린 것. '펑고용 배트'라 쓰고, '지옥문의 열쇠'라고 읽는다.
사실 김 감독이 펑고를 친 것은 전날 오후부터였다. 원래 휴식일이었지만, 몇 명의 선수를 따로 불러내 수비 연습을 지도하면서 펑고를 쳤다. 하지만 전체 선수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펑고를 친 것은 21일이 처음이다.
주요 대상은 외야수들이었다. 추승우와 오 윤, 황선일, 오준혁, 송주호 등이 동부 훈련조에 편성돼 있었다. 여기에 내야수 김회성과 강경학까지 추가로 김 감독의 훈련을 받았다. 시작은 송구 연습부터였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송구 준비동작과 풋워크, 그리고 피니시 동작을 직접 시연해보이고 세세하게 다듬어주며 1시간 가량 연습을 시켰다.
그렇게 송구 동작을 가다듬은 뒤에는 실전상황 적용 훈련이 이어졌다. 오전 11시. 김 감독이 직접 배트를 손에 들었다. 선수들은 좌익수 쪽에 나란히 서서 김 감독이 치는 땅볼 펑고를 잡아 2루에 던지는 동작을 연습했다.
김 감독의 펑고는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좌측 파울선상에 바짝 붙여 타구를 깊고 빠르게 굴린다. 선수들이 순간적으로 빠르게 달려야만 공을 백핸드로 간신히 잡을 수 있다. "딱~ 딱" 힘차게 들리는 타구음은 잠시도 멈추지 않았다.
보통 외야 펑고는 내야보다 더 많은 힘을 필요로 한다. 김 감독은 이 펑고를 위해 꾸준히 몸을 만들어왔다. 선수들이 드는 10㎏짜리 아령을 틈틈히 들어올리기도 했다. 훈련 지도와 병행해 꾸준히 운동해왔다. 그렇게 쌓은 힘으로 타구를 쉼없이 날려보냈다.
펑고는 40분 가량 이어졌다. 외야펑고가 끝나자 내야수들에게도 타구를 날렸다. 수비연습용 공이 담긴 노란색 박스는 이내 비어버렸다. 약 250개 가량의 공을 외야로, 그리고 내야로 쳐댄 것이다. 선수들은 금세 땀에 젖어버렸다.
이날을 시작으로 김 감독의 펑고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21일은 외야수와 젊은 내야수 2명이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 훈련은 앞으로 다른 선수들에게까지 적용된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지옥문의 열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