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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기로 뭉친 한화 김태완, "좌절따위 안한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1-13 09:27 | 최종수정 2015-01-13 09:27


◇한화 김태완은 기회만 보장된다면 시즌 20홈런을 충분히 칠 만한 타자다. 2008~2010, 3시즌 동안 총 61개의 홈런을 날리기도 했다. 그러나 어깨 충돌증후군으로 이번 겨울은 캠프 대신 국내에서 재활해야 한다. 사진은 지난해 7월16일 인천 SK전에서 2회에 이어 6회에도 홈런을 날리는 김태완.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7.16/

"이렇게 주저앉지는 않겠습니다. 반드시 일어섭니다."

휴대전화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는 나직하면서도 단호했다. 절치부심(切齒腐心). 끓어오르는 속을 애써 내리 누르며, 새로운 각오를 다진다. 비록 지금은 좌절하지만, 머지 않아 반드시 스스로 일어나겠다는 의지가 명확했다. 부상 때문에 캠프 합류가 좌절된 한화 이글스 김태완(31)은 이를 갈고 있다.

최근 김태완은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15일부터 시작되는 팀의 고치 스프링캠프 뿐만 아니라 일부 부상선수들 위주로 구성된 오키나와 재활캠프에서마저 제외됐다는 것. 트레이닝 코치들로부터 김태완의 상태를 전해들은 김성근 감독의 결정이었다. 김 감독은 트레이닝 코치를 통해 김태완에게 '절대 휴식'을 명했다.

이유는 부상 때문이다. 김태완의 왼쪽 어깨는 현재 상태가 썩 좋지 못하다. '충돌증후군'이라는 증세로 인해 통증이 계속 이어지면서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하기 어려운 상태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든다.

현재 한화에는 부상자나 부상 후유증을 겪는 선수가 적지 않다. 그래서 일본 오키나와에 별도의 재활캠프를 마련했다. 이용규와 최진행 송광민 유창식 이태양 윤규진 박정진 등이 오키나와 재활캠프로 떠났다. 따뜻한 곳에서 재활 훈련을 진행하면 좀 더 빠르게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오키나와 재활캠프에서 몸을 성공적으로 만들게 한 뒤 고치의 메인 캠프로 부르겠다는 게 김 감독의 목적이다.

그렇다면 김태완도 오키나와 재활캠프에 합류하는 게 맞지 않았을까. 하지만 정작 김태완에게는 '당분간 국내잔류 휴식' 지시가 떨어졌다. 그렇다고 해서 김 감독이 김태완에 대한 기대를 저버렸다고 해석하면 안된다. 김태완의 부상이 특수하고 민감하기 때문에 내려진 결정일 뿐이다.

'어깨 충돌증후군'은 여러가지 요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명확한 치료법이 없다. 각자의 상황에 맞게 치료와 재활을 병행해야 한다. 그래서 시간이 오래걸린다. 또 운동보다는 휴식을 취하는 게 더 낫다. 김태완은 "여러 병원에서 검진해봐도 일단은 쉬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골절처럼 명확히 치료기간이 나오지 않아 더 답답한 면이 있다. 그래도 꾸준히 치료하면 상태는 괜찮아질 수 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남들은 한창 뛰고 있는데, 쉬어야 한다는 건 큰 상실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태완은 "솔직히 속상하다. 지난 몇 년간 제대로 기회를 얻지 못해 아쉬웠던 만큼, 새 감독님 밑에서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 많은 기회를 잡겠다는 각오를 했었다"면서 "하필 이럴 때 부상이라니. 정말 속상하고 아쉽다. 하지만 이대로 끝내진 않겠다"고 강조했다. 성실히 재활해 반드시 캠프에 합류하겠다는 뜻이다.


김 감독은 부상자들에게 캠프의 문을 열어두고 있다. '완전한 몸'이 되면 누구든 다시 고치 캠프로 합류할 수 있다. 오키나와에 있든지, 국내에 있든지는 상관없다. 트레이닝 코치들을 통해 부상 선수들을 수시로 체크하며 훈련 가능여부를 타진한다. 김태완도 여기에 기대를 걸고 있다. 어깨가 나은 뒤 캠프에 합류해 자신의 가치를 다시 입증하겠다는 강한 각오를 다지고 있다.

부상의 굴레에서만 벗어난다면 김태완은 활용가치가 꽤 높은 선수다. 외야 수비는 불안하지만, 1루 대수비나 대타 혹은 지명타자로 충분히 쓸 수 있다. 선구안도 나쁘지 않다. 300타석 이상의 출전 기회만 보장된다면 20홈런은 충분히 가능한 힘이 있다. 경기수가 늘어났기 때문에 더더욱 귀중한 자원이기도 하다. 김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절대 휴식'을 명한 것이다. 의욕만 앞세웠다가 더 큰 부상으로 이어질까 염려했다. 시련 앞에 다시 각오를 날카롭게 다진 김태완이 다시 크게 일어설 날이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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