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의 계약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어떻게든 돈을 아끼려는 건 확실해 보인다.
|
필 로저스와 톰 싱어가 각각 작성한 이 기사들의 공통점은 스몰마켓 팀인 피츠버그의 현실이다. 반면,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먼저 로저스의 기사는 연봉 조정에 대한 얘기다. 닐 헌팅턴 단장은 이제 연봉 조정 신청 자격을 얻은 주축 선수들의 에이전트와 협상을 해야 한다. 단장과 에이전트간의 치열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17일까지 선수 또는 구단이 제시한 금액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연봉 조정 신청이 가능하다. 강정호의 에이전트인 옥타곤 월드와이드의 대표 앨런 네로와도 협상을 해야 하는데 더욱 바빠진 셈이다. 강정호의 포스팅에 500만2015달러를 베팅해 독점 교섭권을 따낸 피츠버그는 21일 오전 7시까지 강정호와도 계약을 마쳐야 한다.
로저스는 '피츠버그는 내야의 중심을 유격수 조디 머서와 2루수 워커로 구성했다. 여전히 그들은 미스터리한 강정호와 계약하려 하고 있다'며 피츠버그의 과욕을 꼬집었다.
|
하지만 강정호는 그들에게 여전히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메이저리그에 아직 한국 프로야구 출신 야수가 없음을 언급하면서도 한국에 강정호 같은 유형(장타력을 갖춘)의 유격수도 없다고 했다.
현실적으로 피츠버그에서 강정호의 역할은 벤치 멤버다. 하지만 강정호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준다면, LA 다저스가 거액을 베팅해 데려온 쿠바 출신 야시엘 푸이그처럼 성공적인 계약이 될 수도 있다.
로저스는 '강정호는 아마 피츠버그 벤치의 유일한 우타자가 될 것'이라며 '만약 헌팅턴 단장이 강정호와 계약에 성공하고, 강정호가 3할3푼의 출루율과 20홈런을 기록한다면 이는 '올해의 계약'이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을 쓴) 강정호가 성공한다면, 이만큼 좋은 계약도 없다는 것이다. 반면 이루기 어려운 기록이라는 관점도 있다.
또한 강정호의 활약 여부에 따라, 2016시즌 뒤 FA 자격을 얻게 되는 닐 워커와의 장기계약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봤다. 워커는 피츠버그 태생의 프랜차이즈 스타다. 팬들은 장기계약을 원하고 있지만, 치솟는 몸값이 부담이다. 만약 강정호 같은 대체 자원을 발굴해 낸다면, 내년 시즌에 그를 트레이드 카드로 쓸 수 있다.
MLB트레이드루머스닷컴은 피츠버그의 연봉 조정 신청 자격을 가진 선수들의 예상 총 연봉이 3910만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MLB.com은 이를 인용하면서 지난해 개막전 당시 총 연봉이 역대 최고인 7200만달러였는데, 올해는 9100만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MLB트레이드루머스닷컴은 워커가 지난해 연봉 575만달러에서 860만달러로 연봉을 올릴 생각을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로저스는 FA가 된 주전 포수 러셀 마틴과 이별하고, 프란시스코 서벨리와 크리스 스튜어트에게 포수를 나눠 맡길 예정인 피츠버그의 사정을 언급하면서 피츠버그가 뉴욕 양키스나 보스턴 레드삭스, LA 다저스 같은 빅마켓 구단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어 '강정호는 그들에게 매우 흥미로운 선수'라면서도 피츠버그가 구단의 생각대로 되기 전까지는 사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즉, 몸값에 있어 입장을 굽히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
|
이처럼 팀을 둘러싼 사정을 감안하면, 강정호가 바라는 수준의 계약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강정호에게 관심이 크지만, 적은 돈으로 큰 효과를 내기 위한 수단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역으로 좋은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돈을 아끼기 위해 기존 선수를 정리하고, 강정호를 중용하는 것이다. 로저스와 달리, 싱어의 기사는 그런 논조로 보인다. 내야진이 꽉 찬 피츠버그가 강정호와 계약한다면, 진짜 미스터리가 시작된다고 했다. 주전으로 쓰지 않을 선수에게 많은 돈을 쓸 리가 없다는 것이다.
이 기사에 따르면, 헌팅턴 단장은 지난 시즌이 끝날 무렵, 워커와 장기계약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싱어는 '당시 헌팅턴 단장이 겪은 감정이 강정호 입찰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며 워커와 강정호의 연관성을 언급했다.
FA 자격 취득을 앞두고, 장기계약을 원하는 워커와 마찬가지로 강정호도 계약기간과 연봉에서 이득을 보고 싶다. 현재까지 강정호 측이 원하는 계약 규모는 연간 500만달러 규모의 4년 계약이다. 싱어는 '강정호와 워커 모두에게 장기계약을 안기는 게 가능한가'라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헌팅턴 단장이 고민하는 건 워커가 피츠버그 태생의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점이다. 피츠버그 외에도 많은 팀들의 고민거리라고 했다. 헌팅턴 단장은 앤드류 맥커친이나 스탈링 마르테 등과 장기계약을 성사시켰지만, 계약 초기 낮은 연봉으로 시작해 점차 규모가 커지는 계약이었다. 미래에 선수를 정리할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볼 수 있다.
피츠버그의 워커에 대한 고민은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팀내 유망주 6위인 앨런 핸슨이 마이너리그에서 유격수로 뛰었음에도 최근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2루수로 뛴 사실이나, 강정호 영입을 추진하는 게 그 근거다.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낸 워커의 몸값은 이미 피츠버그가 제어할 수 없는 수준으로 올라갔다. 싱어의 분석대로 강정호의 계약이 워커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분명하다. 이유는 돈이다. 워커에 대한 '보험'이 될 수 있는 강정호와의 계약이 피츠버그의 가장 큰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