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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성근 감독, '타도 삼성'을 외치는 진짜 이유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1-08 11:09



"삼성을 넘어야 한다."

최근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은 인터뷰 기회가 있을 때마다 '타도 삼성'을 내세우고 있다. "삼성과의 싸움이 중요하다. 목표가 우승이라면 삼성을 이겨야 한다." 2015시즌의 명확한 타깃을 '삼성'에 맞췄다고 볼 수 있다. 아직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려면 2개월 이상이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성근 감독은 왜 벌써부터 삼성에 대한 승부욕을 표출하는 것일까.

정상을 노려야 중간이라도 한다

사실 그렇게 의아한 일도 아니다. 여러 정황을 살펴보면 김 감독의 이런 발언은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다분히 의도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일단 목표치를 높고 명확하게 설정한 것이다. 김 감독은 한화에 부임한 뒤 곧바로 올시즌 목표를 '우승'이라고 선언했다. 파격이다. 한화는 지난 3년간 꼴찌를 벗어나지 못했던 팀이었다. 대부분의 경우 이런 팀의 수장이 되면 첫 해부터 큰 목표를 설정하진 않는다. 현실적인 위기 상황과 최근 3년간 최하위에 머문 전력을 감안해 조심스럽게 '탈꼴찌' 정도의 목표를 내세우는 게 일반적인 경우다. 냉정히 말한다면, 소심하지만 현명한 판단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그러지 않았다. 일반적인 예상을 파격으로 부쉈다. "올해 우승을 노린다"고 여러번 말했다. 지난해 12월 배영수 송은범 권 혁의 투수 FA 3인방의 입단식에서는 "부자가 된 것 같네"라고 환히 웃으며 "세 명의 투수가 우승 목표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한 적도 있다.

무모하다고 볼 수도 있다. 어떻게 지난 3년간 꼴찌였던 팀이 당장 우승을 노린다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김 감독의 이런 목표는 한번 돌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보다 그 안에 숨은 의미를 더 생각해봐야 한다.

'우승'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설정함으로써 김 감독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많다. 잃는 것에 비해 월등하다. 그래서 김 감독도 과감히 '우승'을 언급한 것이다. 일단 선수들에게 훈련 동기와 더 큰 집중력을 부여할 수 있다. 3년간 최하위에 머물며 '루저 의식'에 젖어있던 선수들에게 '너희들도 충분히 우승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사기를 북돋은 것이다.


두 번째로 그렇게 우승을 보고 출발해야 최소 중위권 싸움에 집중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계산도 있었다. 어차피 한화가 우승을 하지 못한다고 해서 비난할 사람은 없다. 3년간 최하위에 머물렀던 팀이다. '상전벽해'같은 일은 현실에서는 쉽게 벌어지지 않는다. 김 감독도 이를 알고 있다. 대신 우승에 도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선수들도 마음속에 '우승'을 박아놓는다면 한번 더 생각하고 플레이를 할 수 있다. 이런 과정들이 복합될 때 비로소 중위권 싸움에 임할 준비가 된다. 김 감독이 궁극적으로 노린 바는 바로 이런 효과다.

당대 최강 삼성, 타깃으로 딱이다

이러한 복합적 계산이 담긴 발언이 바로 "우승이 목표다"에 담겼다. 그런데 어떤 면에서 보면 '우승'이라는 단어는 다분히 추상적일 수 있다. 누구나 흔하게 말하는 목표치같기도 하다.

이런 부족한 면을 채우기 위해 김 감독은 "타도 삼성"이라는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표를 설정한 것이다. 삼성이 어떤 팀인가. 명실상부 2000년대 최강이다. 최근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4연패라는 대기록까지 세웠다. 결국 삼성을 넘는다는 것은 한국 프로야구의 최정상에 오른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3년 만에 프로야구판으로 돌아온 김 감독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목표 설정이다. 당대 최강의 팀, '삼성'을 넘지 않고서는 스스로 밝힌 '우승'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추상적인 '우승'이라는 목표 대신 구체적인 대상, 싸워 이길 수 있는 상대인 '삼성'을 조준한 건 대단히 합리적이고, 철두철미한 리더가 할 수 있는 행동이다.

게다가 삼성과 김 감독 사이에는 묘한 인연도 있다. 김 감독은 과거 "삼성 감독을 할 때가 가장 답답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삼성 라이온즈와 대구 연고지의 특수성을 부담스러워했다. 또 삼성을 한국시리즈 카운터 파트너로 만났던 인연도 많다.

지금의 김성근 감독을 '야신'으로 만들어준 계기.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는 LG 감독으로서 김응용 감독이 이끄는 삼성과 만나 치열한 혈투를 벌였다. 하지만 결국 승자는 김응용 감독과 삼성이었다. 김응용 감독이 푸념 반, 농담 반으로 내뱉은 "야구의 신과 대결한 것 같았다"는 말에서부터 현재 김성근 감독의 별명인 '야신'이 유래된 것이다.

이후 김성근 감독은 SK 지휘봉을 잡아 다시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을 만났다. 2010년. 당시 선동열 감독이 이끌던 삼성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한국시리즈 패배의 아쉬움을 깨끗하게 되갚았다. 이렇게 삼성과 김성근 감독은 꽤 깊은 인연으로 묶여있다.

그런 상황에서 김 감독이 한화 감독으로 다시 프로야구계에 돌아온 것이다. 당연히 삼성이 신경쓰일 수 밖에 없다. 특히나 한화가 꼴찌에 머물던 지난 3년간, 삼성은 한화에 유독 강한 면모를 드러내곤 했다. 3년간 14승36패를 기록했다. 이렇게 삼성에 철저히 당했던 모습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한화의 2015시즌은 다시금 어려워질 것이 뻔하다. 그래서 김 감독은 시즌 개막 2개월전부터 전의를 불태운 것이다. 감독의 이런 발언은 분명 선수들에게까지 전달된다. 한화 선수들도 '타도 삼성'의 기치를 높이 들었다. 한화와 삼성의 2015시즌 대결은 또 다른 관전포인트가 될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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