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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새 시즌에도 타고투저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시즌 전체 타율과 평균자책점은 2할8푼9리, 5.21로 각각 역대 최고 수치를 경신했다. 타율 3할을 넘긴 타자가 36명이나 나온 반면 2점대 평균자책점 투수는 한 명도 없었다.
토종 투수의 20승은 의미가 크다. 팬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유도할 수 있다. 사실 류현진(LA 다저스)이 미국으로 떠난 이후 리그를 압도하는 토종 투수는 멸종한 것이나 다름없다. 류현진 이후 국내 마운드를 주름잡는 '주류'는 외국인 투수들이다. 지난해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승률 타이틀의 주인공이 외국인 투수였다. 2013년에도 외국인 투수가 다승과 평균자책점, 탈삼진 등 주요 3개 부문 타이틀을 가져갔다. 외국인 투수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압도적인' 토종 투수의 등장은 흥행의 촉진제가 될 수 있으며 다른 투수들을 자극할 수 있어 전체 수준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된다.
기록은 결국 경기수와 상관관계에 있기 때문에 올시즌에는 토종 20승 투수의 탄생을 조심스럽게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팀당 144경기를 치르니 에이스급 투수는 부상을 당하지 않는다면 최소 29차례 이상 선발 등판할 수 있다. 5일 로테이션을 꾸준히 따른다면 33~35경기도 가능하다. 지난해 30차례 이상 선발로 나선 투수는 밴헤켄과 두산 베어스 유희관 둘 뿐이었다. 올해는 그 숫자가 10명까지도 나올 수 있을 전망이다. 즉 선발투수 개인별로 승리를 따낼 수 있는 기회가 지난해보다 3~4번은 더 생긴다는 이야기다.
양현종은 지난 시즌 6월까지 15경기에서 9승을 올리며 20승 페이스를 보였지만, 이후 피로 누적을 이기지 못하고 7승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8월에는 옆구리 부상으로 등판을 건너뛰기도 했다. 양현종 역시 어렵게 얻은 메이저리그 진출 기회를 살리지 못해 아쉬움이 크게 남아 있다. 그러나 꿈을 위해서는 더욱 정진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기회는 올해 말 또는 내년에 생길 수 있다.
이제는 팀의 어엿한 주축 선발로 성장한 두산 유희관, NC 다이노스 이재학, LG 트윈스 우규민도 올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후보들이고, 베테랑 선발인 삼성 라이온즈 장원삼과 윤성환, 롯데 자이언츠 송승준과 LG 류제국도 다승 경쟁을 벌일 수 있는 선발들이다. 20승 토종 투수의 탄생, 올해는 불가능한 일만은 아닌 것 같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