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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 포수 꿰찬 최경철, LG의 ‘숨은 MVP’

박아람 기자

기사입력 2014-12-29 08:54 | 최종수정 2014-12-29 08:55



야구는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대스타의 압도적인 활약 못지않게 오랜 기간 빛을 보지 못한 선수의 비상은 많은 이들을 감동시킵니다. 후자는 '인간 승리'로 압축됩니다.

최경철의 2014년은 '인간 승리'였습니다. 2004년 1군 데뷔 후 단 한 시즌도 100경기 이상을 치른 적이 없었던 그는 2014시즌에서 117경기를 소화했습니다. 생애 처음으로 주전 포수 자리를 꿰찼습니다. 그가 없었다면 LG가 최하위부터 차근차근 치고 올라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기적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시즌 초반 LG의 최하위 추락에는 포수 불안이 일조했습니다. 윤요섭이 어깨가 좋지 않아 도루 저지에서 약점을 보였습니다. 조윤준은 공수 양면에서 성장을 입증하지 못했습니다. 자연스레 최경철이 마스크를 쓰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그는 양상문 감독과 궁합이 잘 맞았습니다. 5월 13일 양상문 감독의 취임 첫 경기인 잠실 롯데전에서 최경철은 5회말 결승 솔로 홈런을 터뜨렸습니다. 2004년 후 10년 만에 터진 최경철의 홈런에 힘입어 양상문 감독은 LG 사령탑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습니다.

양상문 감독의 포스트시즌 첫 경기에서도 최경철의 홈런이 터졌습니다. NC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1회초 3:0으로 앞선 2사 1, 2루에서 최경철은 좌월 3점 홈런을 뿜어내 6:0으로 벌렸습니다. LG가 1차전은 물론 시리즈 전체를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된 홈런이었습니다. 최경철은 준플레이오프 MVP를 차지하며 야구 인생에서 가장 감격적인 순간을 누렸습니다.

양상문 감독의 부임 후 LG 마운드가 급속도로 안정을 찾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최경철의 공로를 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최경철의 편안한 리드는 투수들의 장점을 극대화했습니다. 빼어난 도루 저지 능력으로 투수는 물론이고 내야수들도 편안하게 했습니다.

최경철의 타격 성적은 0.214의 타율 4홈런 39타점으로 두드러지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한 방을 터뜨려 승부의 향방을 뒤바꾸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희생 번트를 비롯한 착실한 작전 수행으로 공격 흐름을 이어가도록 도왔습니다. 만일 제대로 된 백업 포수가 뒷받침해 최경철이 체력을 안배했다면 타격 성적은 보다 좋았을 것입니다. LG가 내년 시즌 보다 높은 목표를 설정할 수 있는 것도 확실한 주전 포수 최경철을 발굴했기 때문입니다.

올해 5천만 원의 연봉을 받았던 그는 내년 억대 연봉 진입이 확실시됩니다. 결코 화려하지 않았지만 팀을 위해 묵묵히 희생한 최경철이 2014년 LG의 '숨은 MVP'라 해도 이의가 없을 듯합니다. <이용선 객원기자, 디제의 애니와 영화이야기(http://tomino.egloos.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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