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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쿠바 국교정상화, ML에 미치는 영향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4-12-18 08:20


미국과 쿠바가 50년만에 국교 정상화를 이루게 됨에 따라 쿠바 야구 선수들은 이제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하지 않고 정상적인 방법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스포츠조선 DB

아마야구 최강 쿠바 선수들의 목숨을 건 탈출이 사라질 수 있게 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8일(한국시각)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랫동안 단절됐던 쿠바와의 외교 관계를 정상화한다. 쿠바에 대한 50년간의 고립 정책은 실패였다. 시대에 뒤떨어진 정책을 버리고 적대 관계에 종지부를 찍는다"며 쿠바와의 외교 정상화를 선언했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쿠바는 지난 1년 6개월 동안 물밑 접촉을 통해 외교 정상화 작업을 진행했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양국 사이에서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바 야구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이제 합법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쿠바는 지난 1961년 피델 카스트로에 의해 사회주의 국가로 변신하면서 2년 뒤 미국과의 국교를 단절했다. 이후 쿠바 야구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려면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해야 했다. 국제대회에 참가한 뒤 팀을 이탈, 제3국으로 망명해 미국으로 들어가는가 하면, 대부분의 선수들은 보트를 타고 직접 쿠바를 탈출하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해 왔다.

대표적인 선수가 LA 다저스의 야시엘 푸이그다. 푸이그는 지난 2012년 5월 보트 한 척에 의지한 채 쿠바를 탈출해 멕시코로 망명한 뒤 영주권을 얻어 메이저리그 진출 자격을 획득하며 다저스와 계약을 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탈출에 관여한 범죄 조직에게 연봉의 일부를 주기로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혐의를 받은 길베르토 수아레스라는 브로커가 최근 열린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메이저리그의 꿈을 향해 목숨을 걸고 조국 쿠바를 탈출해야 했던 선수들의 모험이 이제 사라질 수 있게 된 것이다.

메이저리그사무국(MLB)과 메이저리그선수노조(MLBPA)는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MLB는 성명을 통해 "현실적인 논평을 할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인 정상화 방안이 나온 것은 아직 아니지만, 매우 중대한 이 문제를 면밀히 지켜볼 것이다. 또 전체 구단들이 쿠바 관련 비즈니스를 수행하는데 도움이 되는 정보들을 꾸준히 제공할 것이다"고 발표했다.

MLBPA는 "앞으로 양국간 실무 접촉에서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상황을 주시할 것이다. 우리는 오늘 발표된 성명이 더욱 긍정적인 발전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장 쿠바 선수들이 손쉽게 메이저리그에 입성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양국간 경제 협력과 인적 교류에 관한 협상이 진행되려면 아직도 많은 난관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쿠바 출신 선수들의 에이전트를 오랫동안 맡았던 제이미 토레스는 이날 ESPN과의 인터뷰에서 "2008년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된 뒤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가 이뤄지기를 바랐는데, 비로소 소원이 이뤄졌다"면서도 "그러나 메이저리그에 어떤 잠재적인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해 당장 기뻐하기에는 이르다. MLB와 MLBPA의 성명을 들었는데, 그들이 어떤 식으로 접근할 지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양국간 국교 정상화가 전력 이뤄지게 됨에 따라 향후 메이저리그 선수 공급 시장은 한층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도미니카공화국, 멕시코, 푸에르토리코, 베네수엘라 등과 비교해 선수층이 훨씬 넓은 쿠바 야구가 메이저리그의 주요 선수 공급처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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