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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으로 본 ML행, 포스팅 금액이 생명이다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4-12-12 09:08


결국은 포스팅 금액이다. 처음부터 좋은 대접을 받아야만 한다.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진출 꿈이 미뤄졌다. 포스팅 금액 200만달러를 적어내 독점 협상권을 따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 협상을 했으나, 마감 시한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포스팅 금액은 없던 일이 됐고, 김광현은 현 소속팀 SK 와이번스에 잔류한다. 내년 시즌을 마친 뒤 포스팅을 다시 신청하거나, 2년 뒤 FA(자유계약선수)로 해외 진출을 타진해야 한다.


올 시즌 프로야구 포지션별 최고의 선수를 선정하여 시상하는 '2014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9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렸다. 시상식에서 사랑의 골든글러브상을 받은 SK 김광현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12.09.
출발부터 좋지 않았다. 메이저리그가 단장급 인사를 비롯해 감독 교체 등 어수선했던 11월 초 포스팅을 신청했다. 시기적으로 다소 빨랐다. SK를 비롯해 모두가 기대에 한참 못 미친 200만달러에 실망했으나, SK는 대승적으로 선수의 앞길을 터주기로 했다. 고작 200만달러에 불과한 포스팅 비용을 수용한 것이다.

가장 큰 금액을 적어낸 샌디에이고가 김광현의 독점 교섭권을 가져갔다. 좌완 선발이 필요한 샌디에이고의 사정과 맞물려 장밋빛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기엔 김광현에게 지불할 비용이 너무 적었다. 샌디에이고는 윈터미팅에서도 타선 보강에 집중했고, 결국 LA 다저스의 간판 타자 맷 켐프가 포함된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누가 봐도 김광현보다 다른 쪽에 집중하고 있다는 인상을 줬다.

200만달러, 메이저리그 FA에게 지불할 비용이라고 감안하면 큰 비용은 아니다. A.J.프렐러 신임 단장은 김광현에게 스프링캠프에서 선발 기회를 주고 싶다고 했지만, 버드 블랙 감독은 불펜투수에 더 적합하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구단 입장에선 확실한 카드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어느 쪽으로도 쓸 수 있는 '보험용'의 성격이 짙었다.

게다가 샌디에이고는 대표적인 스몰마켓 구단이다. 또한 일본과 한국의 포스팅 역사를 살펴볼 때, 계약 규모는 포스팅 금액으로 결정되기 마련이다. 구단들은 선수의 영입 비용 중 절반 가량을 이적료인 포스팅 금액으로 써내고, 나머지를 선수의 몫으로 두기 마련이다.

200만달러라는 포스팅 금액을 받아들였을 때부터, 구단 측이 생각하는 김광현의 계약 규모는 200만달러 주위를 맴돌았다는 얘기다.


29일 오후 서울 상암동 스텐포드 호텔에서 SK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진출 추진 기자회견이 열렸다. 메이저리그는 수년 전부터 김광현을 스카우트 1순위로 점찍었다. 류현진에 비해 제구력이 떨어지지만 파워는 오히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류현진처럼 2573만 달러의 이적료를 받기는 어려워도 500만 달러 이상을 입찰한 구단이 나온다면 SK가 미국 진출을 허락할 가능성이 크다. SK는 다음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김광현에 대한 포스팅을 요청할 예정이다. 기자회견에서 김광현이 물을 마시고 있다.
김경민 기자 kyunmgin@sportschosun.com / 2014.10.29.

MLB.com에 따르면, 프렐러 단장과 김광현의 에이전트인 멜빈 로만은 위?Ⅹ鉗 기간 최소 두 차례 이상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구단과 에이전트 사이의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샌디에이고 구단 측은 지난주 김광현을 미국으로 초청해 메디컬 테스르를 진행하고, 구단 관계자들과 김광현이 직접 만나는 자리를 만들기도 했다. 프렐러 단장은 계약이 임박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결과는 메이저리그 진출 좌절이었다.

현지에서 협상 결렬의 이유로 '돈' 혹은 '계약기간'을 꼽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둘을 포함한 세부조건에서 김광현에게 절대 유리한 조건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샌디에이고 지역지 U-T 샌디에이고에선 김광현을 위해 40인 로스터를 비울 수 없었다고 전했다. 꽉 찬 40인 로스터를 정리하지 않으면, 김광현과는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다. 샌디에이고에서 김광현을 바라보는 정확한 지점이다. 또한 직구-슬라이더 투피치의 단조로운 구종으로 인해 선발보다는 불펜에 적합하다는 평가도 이유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포스팅 이후 반전은 없다. 그때부터 선수의 가치는 결정돼 있기 마련이다. 만약 김광현이 샌디에이고의 확실한 '전력보강 카드'였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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