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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당연히 아쉽다. 나이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많아도, 몸과 마음은 아직 던질 수 있다. 류택현은 "정말 뛰어난 기록을 남긴 선수도, 마지막은 무조건 아쉽다. 나도 당연히 아쉬운 마음이 든다"라고 말하며 "며칠 전 감독님과 얘기를 나눴다. 내가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싶다고 해도, 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게 아니다. 플레잉코치로 뛰는 생각도 해봤다. 감독님과 최종 상의를 해볼 것이다. 하지만 이제 나도 지도자로서의 변신을 조금씩 준비해야 할 시기"라고 담담히 말했다. 양상문 감독은 "코치 역할을 하면서도 비상시에는 선수 등록을 하는 것을 생각해보겠다"라고 했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은 일이다.
아쉬움이 남는 것은 그의 마지막 목표 때문이었다. 류택현은 지난 시즌까지 이상열과 함께 LG 1군 선수단 좌완 필승 불펜으로 활약했다. 그러면서 통산 899경기까지 소화했다. 류택현은 올시즌을 앞두고 "아시아 최다 등판 기록을 꼭 깨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 기록은 일본인 투수 요네다 데쓰야가 갖고 있었다. 지난 56년부터 77년까지 기록한 949경기. 단, 50경기가 남아이었었다. 지난 시즌 58경기에 등판했기에 이번 시즌 기록 경신도 가능해보였다. 하지만 류택현은 시즌 초반 2경기에 등판해 부진한 후 2군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양상문 감독 부임 후 끝내 기회를 얻지 못했다. 류택현은 "스프링캠프 때 몸상태가 나쁘지 않았다. 준비 잘했다. 그런데 기회가 전혀 주어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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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택현은 임지섭에 대해 "왼팔로 공을 던진다는 것 빼고 다 바꾸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 '정말 좋아졌다'라고 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초보 코치로서 바람은 있다"라고 했다. 무슨 바람일까. 류택현은 "현재 내년 시즌 확정된 선발이 3명이다. 3명으로는 야구 못한다. 임지섭이 남은 두 자리 중 한 자리를 꼭 채워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능성은 무궁무진한 후배다. 내가 봐도 대단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정식 코치는 아니었지만, 내가 처음 가르친 선수다. 나에게도 큰 의미가 되는 후배"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코치 류택현으로서의 각오는 무엇일까. 류택현은 "임지섭을 가르쳐보니, 마차 생각이 나더라. 결국 코치는 선수가 잘되게 끌어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무조건 선수가 잘 되게 도와야 한다. 내 성에 차지 않는다 하더라도 선수 단점을 보완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장점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라고 했다.
류택현은 투수로서의 철학이 있다. 그는 항상 "제구력이 없는 선수는 없다. 다만, 제구력이 없게 하는 폼이 있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류택현은 "스피드를 줄여 제구를 잡는다고 하는데, 그건 말이 안되는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손민한(NC 다이노스) 정도의 베테랑 투수만 할 수 있는 얘기다. 제구가 잡힌다는 것은 투구폼이 올바르게 변한다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스피드는 자연스럽게 향상된다"라고 강조했다. 신임 코치 류택현의 지도 아래, 깨끗한 투구폼에서 강속구를 뿌리는 LG 유망주 투수들을 자주 만나볼 수 있을까.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