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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단에 대한 모기업 오너의 관심은 양날의 검과 같다. 오너가 무관심하면 당연히 모기업 지원이 줄어들고 그만큼 좋은 전력을 갖추기 어렵다. 반대로 구단주를 비롯한 오너 일가가 야구에 너무 관심을 많이 쏟으면 구단이 엉뚱한 방향으로 갈 수 있다. 구단 프런트가 전문가인데,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고위층이 지나치게 관여하게 되면 팀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성적도 내지 못하고 구단 경영이 힘들어진다.
넥센 히어로즈와의 한국시리즈 때도 병상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함께 했다고 한다. 평소 삼성 야구 사랑이 지극했던 이 회장이기에 비록 의식이 돌아온 상태는 아니지만 1차전부터 6차전까지 경기가 있는 날이면 병실 TV에 야구중계를 틀어놨다고 한다. 이 회장은 지난 5월 25일 대구 넥센전 때 TV에서 흘러나온 이승엽의 홈런 소식에 눈을 번쩍 떠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기도 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라이온즈 사랑도 특별하다. 그는 포스트시즌이 아닌 정규시즌 때도 가족과 야구장을 찾아 삼성을 응원하곤 했다. 하지만 올해는 아버지 이 회장의 병환 때문인지 정규시즌 때 야구장을 찾지 못했다. 그리고 올시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6차전를 관전했다.
3회쯤 경기장에 도착한 이 부회장은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과 함께 9회말까지 경기를 지켜봤다. 그는 경기 종료 직후에 덕아웃 쪽으로 가 류중일 감독에게 "열심히 해 줘서 고맙다"며 우승 축하 인사를 한 뒤 조용히 야구장을 빠져나갔다.
야구단에 대한 삼성그룹의 지원은 특별하다. 삼성은 지난 2005년 박진만 심정수와 계약한 후 외부 FA(자유계약선수)를 영입하지 않았지만, 그보다 많은 액수를 선수 육성에 투자해 성과를 냈다. 모기업의 전폭적인 지원과 전문성 있는 프런트, 선수단이 하나가 돼 통합 4연패를 이룬 것이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