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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언제쯤 밑그림이 나오는 걸까. 정말 고척돔을 사용할 수는 있는 걸까.
돌아보면 서울시는 매사에 그랬다. 서울시는 출입기자단을 통해 프로야구단, 히어로즈 구단을 고척돔에 유치하겠다고 했다. 히어로즈 구단에 의견을 묻지도 않았다. 일방적인 통보나 마찬가지였다.
가장 기본적인 완공 시기조차 정확히 알 수가 없다. 2012년 말에 열린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개최에 맞춰 사업을 진행했는데, 여러차례 설계변경이 이뤄지면서 완공 시기가 늦춰지더니, 내년 8월 얘기가 나온다. 돔구장으로 규모를 키우면서 이미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들어갔다. 디자인센터가 들어선 동대문구장을 대체할 아마전용구장으로 시작해 이제 블랙홀이 돼 버렸다.
히어로즈는 서울시가 소유한 목동야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다른 기업구단처럼 바람막이 역할을 해줄 모기업도 없다. 서울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런 히어로즈가 만만해서 그런지 서울시는 돈 먹는 괴물이 된 처치곤란의 애물단지 고척돔을 떠넘기려고 하면서 내부 방침 조차 알려주지 않고 있다. 철저하게 '을' 입장인 히어로즈는 속으로 끙끙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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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즈 구단은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최고의 팀으로 성장했다. 대기업 구단처럼 모기업 지원 속에서 이룬 성과가 아니라, 허리띠 졸라매고 야구전문기업답게 남다른 열정으로 만들어 낸 성과다. 히어로즈를 응원하는 팬 또한 놀라운 수준으로 증가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에 따르면, 한국인 10명 중 4명(42%)이 히어로즈와 삼성의 한국시리즈 6차전을 시청했다. 그런데 시청자 중 57%가 '골리앗' 삼성이 아닌 '다윗' 히어로즈를 응원했다고 한다. 비록 우승 트로피를 내줬지만 이미 서울을 넘어 국민의 팀으로 도약한 히어로즈다. 서울을 연고지로 한 야구단 히어로즈가 서울시가 시민들에게 줄 수 없는 열정과 도전정신, 즐거움을 제공한 것이다.
고척돔 문제는 히어로즈의 운명이 걸린 문제가 될 수 있다. 서울시의 정확한 입장 표명은 논의의 시작이다. 서울시와 박원순 시장이 히어로즈 구단을 지시의 대상이 아니라, 서울시가 하지 못하는 일을 대신해주는 소중한 파트너로 인정해줬으면 좋겠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