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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범현의 작품' 양현종, 그리고 kt의 영건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4-11-17 17:00


2009 한국시리즈 7차전 SK- 기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한 기아 선수들이 조범현 감독을 헹가레치며 기뻐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그 때 양현종 쓴다고 욕을 얼마나 먹었는지…."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을 꿈꾸고 있는 KIA 타이거즈 에이스 양현종. 한국야구위원회(KBO)가 17일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양현종에 대한 포스팅 요청을 하며 미국 진출의 본격적인 서막이 올랐다. 현재 분위기로 봐서는, 큰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메이저리그 구단의 유니폼을 입을 수 있을 전망. 이미 LA 다저스의 주축 투수로 성장한 류현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입단이 유력한 김광현에 이어 양현종까지 미국에 진출한다면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좌완 3총사가 모두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자신들의 꿈을 펼칠 수 있게 된다.

양현종의 포스팅 요청에 정식으로 접수된 17일. 먼 제주도 땅에서 감회에 젖은 사람이 있었다. 바로 프로야구 막내구단 kt 위즈를 이끌고 있는 조범현 감독이다. kt는 ()일부터 따뜻한 제주도에서 마무리 훈련을 진행중이다. 말이 마무리 훈련이지, 내년 시즌 1군 무대에 데뷔하기 전 치르는 지옥 훈련이다. 하루종이 때리고, 던지고, 달리고, 든다.

선수 육성, 그리고 내년 시즌 구상으로 바쁘고 머리가 아픈 조 감독이지만 제자의 기쁜 소식에는 함박 웃음을 지었다. 양현종은 조 감독이 KIA 감독으로 일하던 시절 발굴해낸 선수. 사실상 양현종이 지금의 도전을 할 수 있게끔 만들어준 은사나 다름 없다. 조 감독은 배터리코치로 활약하던 2007년 2차 1라운드 1순위로 입단한 양현종을 눈여겨봤고, 감독이 된 2008시즌 미완의 대기이던 양현종에게 많은 기회를 줬다. 2008 시즌 성적이 48경기 등판 5패 5홀드 평균자책점 5.83. 조 감독은 당시를 돌이키며 "처음 봤을 때부터 성공할 투수라고 생각했다. 공이 정말 좋았다. 단지 제구가 안좋았다. 그 때 스트라이크도 못던지는 투수를 넣는다고 얼마나 욕을 먹었는지"라고 말하며 웃었다.

하지만 조 감독의 눈은 틀리지 않았다. 양현종은 이듬해 선발로 자리를 잡아 12승을 따냈다. 평균자책점도 3.15로 수준급 활약이었다. 조 감독은 "2008 시즌이 끝날 무렵, 9월부터 선발로 준비를 시켰다"라고 했다. 결국, 여러 선수의 활약이 있었지만 양현종의 활약이 있었기에 KIA와 조 감독은 2009년 우승의 영광을 안을 수 있었다.

2010 시즌 16승을 거두고,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승승장구하던 양현종은 이후 3년 간 부상, 부진이 겹치며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다 올시즌 다시 16승 투수가 되며 화려한 부활을 했다. 그리고 자신을 지켜보단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조 감독은 "현종이가 아프지 말고 잘했으면 한다"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양현종을 키운 경험을 통해 kt의 젊은 투수들을 더 강하게 만들겠다는 것이 조 감독의 생각이다. kt는 박세웅 심재민 주 권 엄상백 등 신예 선발투수들이 내년 시즌 1군 무대에서 활약해줘야 한다. 하지만 조급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조 감독은 "고졸 투수들이 곧바로 프로에서 풀타임 선발로 던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라고 말하며 "최소 2~3년의 적응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당시 양현종도 1주일에 1번씩만 등판시키는 로테이션을 지켜줬다"라고 했다. 안그래도 아마추어 시절 혹사 등으로 무리한 선수들이 프로 무대에서 더 많이, 그것도 더 세게 던진다면 금방 탈이 날 게 분명하다. 때문에 kt 선수들은 조 감독의 배려 속에서 내년 시즌은 어느정도 여유를 갖고 실전 무대에 등판할 예정이다.

조 감독은 마지막으로 "그런데 양현종이 전화 한 통도 안한다"라고 말해 웃음을 선사했다.


제주=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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