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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예전만 못하다고 해도 타석에서의 압도적인 카리스마는 여전하다. 그가 타석에 들어서면 늘 기대감이 끓어오른다. 숫자로 표시되는 기록 따위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타율이 1할대라도 제대로 걸리면 까마득히 넘길 수 있다. 그게 바로 삼성 라이온즈의 상징같은 타자 이승엽이 무서운 이유다.
결국 현재의 이승엽이 무서운 것은 이처럼 언제든 중요한 고비의 순간에 팀을 벌떡 일으키는 타격을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건 '경험'이라고 부를 수도 있고, 이승엽만의 타고난 천재성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의미로는 순한 얼굴 뒤에 가려진 치열한 승부사 기질에서 터져나오는 것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이미 이승엽의 이같은 '결정적 한 방'은 그의 프로 생활 동안 여러번 나왔다. 2002년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LG 트윈스와의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경기 막판 기적같은 동점 스리런 홈런을 날리며 결국 삼성에 2000년대 첫 우승을 선물했다. 또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6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고 2008 베이징올림픽 등 한국 야구 역사의 중요한 순간마다 이승엽의 '한 방'이 터져나왔다.
결국 이번 한국시리즈의 남은 경기에서도 이승엽은 언제나 넥센 마운드 입장에서 '요주의 대상'이어야 한다. 이승엽을 쉽게 보는 그 순간, 넥센의 심장에는 어느 새 미사일이 꽂혀있을 것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