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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에서 4위까지 다섯 계단을 치고 올라갔다. '기적'이라는 말 외에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시즌 개막 후 3주가 흐른 지난 4월 23일.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해 LG를 페넌트레이스 2위로 이끌었더 김기태 감독이 성적 부진을 책임지겠다며 자진사퇴를 발표했다. 그리고 5월 12일까지 오랜 기간 감독 없이 경기를 했다. 양상문 신임 감독이 부임하기 전까지 10승1무23패, 최하위. 누구도 LG의 반등을 예상하지 못했다. 대다수 전문가들이 시즌 초반이지만 패수가 너무 많아 극복하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독한야구'를 선언한 양 감독이 조금씩 팀을 바꿔놓았다. 그는 차분하게 분위기를 바꾸겠다고 했다. 사실 양 감독 스스로도 순위에 대한 욕심은 크게 없었다. 내년 시즌을 보고, 팀 분위기를 다잡는 게 우선 과제였다. 물론, 순위가 올라가면 좋지만 가을 야구까지 생각하기에는 벅찬 현실이었다.
하지만 양 감독 부임 후에도 순위에는 큰 변동이 없었다. 6월 7일, 17승1무33패로 승률 5할 기준으로 -16승을 기록했다. 최악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반전 기운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차근차근 승수를 쌓아올리는 와중에 상위 팀들이 도왔다. '3강' 삼성 라이온즈, 넥센 히어로즈, NC 다이노스를 제외한 4위 경쟁 팀들이 약속이나 한 듯 부진에 빠졌다. 특히, 4위 유력 후보 롯데 자이언츠가 시즌 중반에 깊은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하위 팀들에게 희망을 줬다.
한 계단씩 순위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4위까지 올라왔다, 5할 승률이 눈앞에 다가왔다. 페넌트레이스는 투수 놀음이다. 마운드가 안정된 LG는 힘을 잃지 않았다. 타자들도 베테랑 선수들을 중심으로 똘똘 뭉쳤다. 8월 21일 두산 베어스를 밀어내고 4위를 차지했다. 이후 줄곧 4위를 지켰다. 지난 9일에는 KIA 타이거즈를 꺾고 61승2무61패를 기록했다. 시즌 초반인 4월 9일(3승3패1무) 이후 183일 만에 승률 5할 고지에 올랐다.
취임식에서 "5할이 되기 전까지는 선수들이 홈런을 쳐도 절대 하이파이브를 하지 않겠다. 그 시간에 다음 작전을 짜겠다"고 했던 양 감독을 경기 중 덕아웃 밖으로 불러낼 수 있게 됐다.
LG는 6월 7일 승률 5할 기준 -16승 이후 76경기에서 45승1무30패를 기록했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포스트 시즌 진출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프로야구 역사에 남을만한 대반전 드라마다.
그리고 이제 포스트 시즌에 들어간다. 준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상대는 정규시즌 3위 NC 다이노스다. LG는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에 패해 탈락했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일어선 LG가 어떤 모습으로 시즌을 마감할 지 궁금하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