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잔치의 단골손님인 두산 베어스의 모습을 올해 포스트시즌에는 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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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2군을 지휘하던 송일수 감독을 새로운 사령탑에 앉혔다. 결과만으로 보자면 이 선택은 실패했다. 송일수 감독은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가 확정된 12일 "올시즌 선수들은 너무 잘 해줬다. 지금 생각하는 문제를 다 말할 수는 없지만, 마무리캠프와 전지훈련을 통해 수정을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두산 마운드는 분명 실패했다. 시즌 막판까지도 선발로테이션 5명을 꾸리는데 애를 먹었다. 계산 자체가 크게 틀렸다는 것이다. 불펜진 역시 점차 모양새를 갖춰 갔지만, 오랜 시간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했다. 이제 내년을 생각해야 한다. 마무리 이용찬이 군입대를 결정해 다시 뒷문 걱정을 시작해야 할 판이다.
선발진 재정비 역시 마찬가지다. 송 감독은 시즌 내내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한 노경은에 대해 "이제 어드밴티지는 없다"고 선언했다. 2012년과 지난해 2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를 올리며 두산 선발진을 이끈 노경은은 12일 현재 3승 14패 평균자책점 9.20으로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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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두산 마운드가 무너진 데는 노경은의 부진이 큰 몫을 차지했다. 계산이 엇나가기 시작한 출발점이었다. 물론 코칭스태프의 부진한 노경은의 활용에도 문제가 있었다. 부진한 선수를 계속 기용하는 방식을 택했으나, 결국 선수는 살아나지 못했다. 2군 강등이나 보직 변경 등의 '처방'이 다소 늦은 감이 있었다.
게다가 두산 코칭스태프는 이러한 변수 발생에 대한 대안을 만들어두지도 않았고, 이로 인해 빠르게 '플랜 B'를 가동하지 못했다. 노경은의 부진이 선발진 전체에 악영향을 미친 대목이다.
송 감독은 "시즌 전에는 작년과 재작년에 너무 좋은 활약을 펼쳤기에 어드밴티지가 있었다"고 말했다. 노경은이 비시즌 기간과 스프링캠프 때 몸을 만드는데 자율성을 줬다는 말이다. 하지만 결과가 실패로 돌아간 만큼, 노경은에 대한 대우는 달라질 것이다.
송 감독은 "이제 다른 선수들과 똑같이 경쟁해야 한다. 본인이 노력해서 내년에는 좋은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구단의 관리 실패도 있지만, 노경은 개인의 문제도 있었을 것이다.
자율에는 그만큼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구단과 코칭스태프도 너무 쉽게 선수를 믿어서는 안되고, 선수 역시 자유가 생긴다고 소홀해 하면 안 된다. 두산과 노경은이 실패를 거울 삼아 내년엔 가을야구로 돌아올 수 있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