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는 요즘 매 경기가 결승전 같다. 긴장 초조의 연속이다. 불안한 4위를 달리고 있다. 좀 처럼 승률 5할 위로 올라가지 못한다. 그런 상황에서 상승세의 LG 트윈스가 턱밑까지 쫓아왔다. 두산 베어스, KIA 타이거즈 그리고 SK 와이번스까지 4위를 넘볼 수 있는 상황이다.
|
9일 KIA전에선 3-2로 앞선 8회 대거 5실점하면서 3대7로 졌다. 선발 옥스프링이 7이닝 2실점 호투한 걸 불펜이 지켜주지 못했다. 언더핸드스로 정대현, 강영식, 홍성민이 나섰지만 불을 끄지 못했다. 롯데 불펜은 연이틀 필승조가 무너진 것이다. 그래서 더 충격이 크다.
최근 우완 정통파 이정민과 김사율이 불펜에 가세했다. 이정민은 140㎞ 중후반의 빠른 공을 던지만 1군 등판이 너무 오래간만이라 경기 운영이 매끄럽지 못하다. 정교한 제구력을 앞세우는 김사율은 구위에 대한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파이어볼러 최대성은 제구가 잡히지 않아 1군 말소된 상태다.
롯데 불펜은 레퍼토리 구성이 안 좋다
롯데의 현재 불펜 자원은 어제 오늘의 것이 아니다. 필승조 이건 아니건 대부분이 몇 년전부터 함께 한 선수들이다. 결코 경험이 적은 풋내기들은 아니다. 프로 밥을 먹을 대로 먹은 베테랑들이다. 기량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롯데 불펜은 레퍼토리 구성에서 아쉬움이 있다. 일단 옆구리 투수들이 너무 많다. 현재 1군 엔트리엔 정대현 홍성민이 있고, 2군에 김성배 배장호 이재곤이 있다. 홍성민과 배장호 이재곤은 선발 투수로 전환이 가능한 자원들이다. 가능성은 있지만 로테이션에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 모두 수준급의 옆구리 투수들이지만 강력한 느낌을 주지 못한다.
|
빠른 직구로 상대 타자를 윽박지를 수 있는 우완 투수도 적다. 롯데 구단은 몇 년째 최대성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는다. 매우 빠른 공을 던지지만 투구폼이 딱딱하고 그로 인해 릴리스포인트가 일정치 않아 제구가 흔들린다. 코칭스태프가 불안해서 마운드에 올릴 수가 없다.
이 처럼 롯데 불펜은 자원은 많아 보여도 확실한 카드가 거의 없다. 모두 불안 요소들을 갖고 있다.
|
그렇다고 선수 탓만 하고 있을 수 없다. 뛰어난 요리사는 재료가 조금 부족해도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법이다. 전문가들은 롯데 불펜을 좀더 매끄럽게 운영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롯데 불펜 자원이 특 A급 선수들은 아니지만 국내리그 전체를 봤을 때 중상위권으로 볼 수는 있다. 운영하기에 따라선 실력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3~4년 전 양승호 전 롯데 감독 시절의 '양떼' 불펜에 대한 얘기를 종종한다. 당시 불펜의 주축은 김사율 최대성 그리고 정대현이었다. 이명우와 강영식은 그때도 좌완 스페셜리스트였다. 김사율이 클로저를 했고, 최대성이 힘으로 타자를 윽박질렀다. 정대현은 꼭 필요한 순간에만 등판했다. 당시에도 불안감은 있었지만 지금 보다 정도가 심하지는 않았다. 당시엔 가득염 코치, 주형광 코치 등이 투수들과 호흡을 맞췄다.
롯데 불펜은 김시진 감독과 정민태 코치가 롯데 구단에 합류한 후 자원이 줄지 않았다. 홍성민이 KIA에서, 김승회가 두산에서 왔다. 심수창(2군에 있음)도 영입했다. 김승회는 살림꾼이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다 현재는 마무리로 자기 몫 이상을 하고 있다. 홍성민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다.
김시진 감독과 정민태 코치는 현역 선수 시절 이름을 날렸던 국내 최고 선발 투수들이었다. 투수 조련에 일가견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고, 그로 인해 롯데에 스카우트됐다고 한다.
최근 롯데 불펜 운영이 결과적으로 나쁜 성적을 내면서 도마에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투수진 운영은 감독의 결정사항이다. 투수코치의 조언을 듣고 감독이 결정하고 책임진다. 투수 교체 타이밍과 누굴 어느 시점에 투입하느냐에 대한 정답은 없다. 단 결과를 놓고 구단과 팬들의 심판을 받을 뿐이다. 롯데 불펜은 8일 삼성전과 9일 KIA전에서 무척 실망스러웠다. 선수와 코칭스태프 모두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