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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 2사 마무리 투수 등판, 어떻게 보시나요?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4-07-31 12:32 | 최종수정 2014-07-31 12:32


1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4 프로야구 롯데와 LG의 경기가 열렸다. 8회초 2사 만루서 롯데 황재균을 삼진 처리 한 LG 봉중근이 환호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5.13.

1점차로 앞서던 9회말 마지막 수비. 잘던지던 투수가 아웃카운트 2개를 잡고 마운드에서 내려간다. 그리고 팀의 마무리 투수가 올라간다. 다른 이유가 없는 듯 하다. 마무리 투수에게 세이브 기록을 주기 위한 조치. 하지만 이 마무리 투수가 역전을 허용한다면 이는 최악의 수가 되고 만다.

LG 트윈스가 엄청난 아픔을 겪었다. LG는 30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선두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다잡았던 경기를 놓쳤다. 질 것 같았던 경기. 6-7이던 9회초 2사 상황서 기대하지 못했던 손주인의 역전 투런포가 터졌다. 올시즌 홈런 1개이던 선수가 드라마같은 역전포를 터뜨렸다. 점수로 1점을 앞서게 된 것이 중요한게 아니었다. 이런 경우 분위기상 상대가 완전히 경기를 포기하게 된다.

이날 경기도 그랬다. 삼성은 9회말 올라온 투수 이동현을 상대로 허무하게 아웃카운트 2개를 빼았겼다. 이 때 LG 양상문 감독은 잘던지던 이동현을 내리고 마무리 봉중근은 올렸다. 하지만 참사가 일어났다. 봉중근이 대타 이흥련에게 안타를 맞더니 결국 경기를 마무리 짓지 못하고 상대 채태인에게 끝내기 안타를 얻어맞고 말았다. 꼴찌에서 단독 5위로 올라갈 수 있었던 찬스가 날아갔다. 기적과 같은 상승세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논란이 된 건 잘던지던 이동현을 내리고, 굳이 왜 봉중근을 올렸냐는 점이다. 물론, 결과론적인 얘기일 수 있다. 봉중근이 이흥련을 깔끔하게 아웃처리 했으면 아무 문제가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었던만큼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다.

일단 여러 속사정이 있을 수 있다. 가장 큰 의도는 기록이다. 이 의도 말고 다른 설명으로 빠져나갈 구멍이 크지 않다. 시즌 초반 팀 성적이 좋지 않아 세이브를 기록하는데 애를 먹었던 봉중근이지만 최근 무서운 페이스였다. 29일 삼성전 승리를 지켜내며 20세이브 고지를 정복했다. 역대 10번째 3년 연속 20세이브. 여기에 더해 세이브 선두인 넥센 히어로즈 손승락을 3개 차이로 따라잡았다. 세이브 타이틀 획득을 위한 사정권이었다. 당연히 감독 입장에서는 소속팀 선수가 좋은 기록을 내고 타이틀을 따내길 바란다. 어떻게 보면 배려 차원의 등판일 수 있었다. 봉중근이 타이틀 획득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동기부여가 된다. 이는 개인 뿐 아니라 팀 전체에 엄청난 플러스 요소가 된다. 이 등판이 이동현에게 큰 피해를 준다면 모를까, 이동현은 세이브가 아닌 홀드 기록으로도 빛이 나는 투수다.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교체였다.

또 이를 단순 기록 챙겨주기로만 보기도 힘들다. 분명 감독의 숨은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단순 기록이 아니라 상대에 '우리는 이만큼 강한 전력을 갖추고 있다'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던지는 경우다. 하루 뒤 3연전 마지막 경기를 한 번 더 치러야 하는 입장에서, 일종의 기싸움으로 그 상승세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도로 풀이할 수 있다. 객관적 전력에서 확실히 앞서는 선두 삼성을 상대로 무모한 도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선두 팀을 상대로도 탄탄한 경기력을 보여줌으로써 다른 팀들이 LG를 만났을 때 껄끄러워하는 장면을 연출하고 싶었던 것이다. 장기적인 포석이 깔린 교체일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고려해야 한다.

물론, 결과가 좋게 마무리 됐을 때 아름답게 포장될 수 있는 얘기다. 이날 패배가 LG의 이번 시즌 성패를 가를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올만큼의 충격적인 패배였기에, 이 악몽에서 하루빨리 탈출을 해야한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봉중근이 이날 부진을 털고 다음 경기에서 화끈하게 세이브를 기록하며 다시 상승세를 이끄는 것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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