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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점차로 앞서던 9회말 마지막 수비. 잘던지던 투수가 아웃카운트 2개를 잡고 마운드에서 내려간다. 그리고 팀의 마무리 투수가 올라간다. 다른 이유가 없는 듯 하다. 마무리 투수에게 세이브 기록을 주기 위한 조치. 하지만 이 마무리 투수가 역전을 허용한다면 이는 최악의 수가 되고 만다.
논란이 된 건 잘던지던 이동현을 내리고, 굳이 왜 봉중근을 올렸냐는 점이다. 물론, 결과론적인 얘기일 수 있다. 봉중근이 이흥련을 깔끔하게 아웃처리 했으면 아무 문제가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었던만큼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다.
일단 여러 속사정이 있을 수 있다. 가장 큰 의도는 기록이다. 이 의도 말고 다른 설명으로 빠져나갈 구멍이 크지 않다. 시즌 초반 팀 성적이 좋지 않아 세이브를 기록하는데 애를 먹었던 봉중근이지만 최근 무서운 페이스였다. 29일 삼성전 승리를 지켜내며 20세이브 고지를 정복했다. 역대 10번째 3년 연속 20세이브. 여기에 더해 세이브 선두인 넥센 히어로즈 손승락을 3개 차이로 따라잡았다. 세이브 타이틀 획득을 위한 사정권이었다. 당연히 감독 입장에서는 소속팀 선수가 좋은 기록을 내고 타이틀을 따내길 바란다. 어떻게 보면 배려 차원의 등판일 수 있었다. 봉중근이 타이틀 획득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동기부여가 된다. 이는 개인 뿐 아니라 팀 전체에 엄청난 플러스 요소가 된다. 이 등판이 이동현에게 큰 피해를 준다면 모를까, 이동현은 세이브가 아닌 홀드 기록으로도 빛이 나는 투수다.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교체였다.
물론, 결과가 좋게 마무리 됐을 때 아름답게 포장될 수 있는 얘기다. 이날 패배가 LG의 이번 시즌 성패를 가를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올만큼의 충격적인 패배였기에, 이 악몽에서 하루빨리 탈출을 해야한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봉중근이 이날 부진을 털고 다음 경기에서 화끈하게 세이브를 기록하며 다시 상승세를 이끄는 것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