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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메이저리거 최단기간 10승, 비결은 끊임없는 노력에 있었다. 류현진의 새로운 주무기 컷패스트볼이 그 증거다.
류현진은 모처럼 '닥터 K'의 면모를 뽐냈다. 올시즌 처음으로 두자릿수 탈삼진을 기록했다. 지난 5월 22일 뉴욕 메츠전의 9개를 넘어섰다. 지난해 5월 1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의 12개 이후 최다 탈삼진이다.
이날 92개의 공을 던진 류현진은 직구를 31개만 구사했다. 평소 50% 전후로 구성되는 직구의 비율이 3분의 1 가량으로 확 떨어졌다. 대신 세 가지 변화구를 거의 비슷한 비율로 구사했다. 커브를 21개 던졌고, 체인지업과 슬라이더가 20개씩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상대는 이제 류현진이 체인지업을 던질 걸 알고 들어온다. 류현진 입장에선 돌파구가 필요했다. 결국 새로운 구종인 컷패스트볼을 연마했다. MLB.com의 게임데이에는 여전히 슬라이더로 분류되고 있지만, 기존 슬라이더와는 분명히 다른 공이다.
87~89마일(140~143㎞)에서 형성되는 신무기다. 컷패스트볼 혹은 고속슬라이더로 부를 만하다. 기존 슬라이더보다 휘는 각이 조금 적지만, 속도가 빨라졌다. 릭 허니컷 투수코치의 지도에 따라 집중연마했다.
류현진은 구종습득력이 뛰어나다. 센스가 좋다. 프로에 진출한 뒤 대선배 구대성에게 배운 체인지업을 금세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고, 이 공으로 메이저리그 진출까지 이뤘다. 미국에 진출한 지난해부터 구종 추가에 대한 필요성이 언급되긴 했으나, 자신의 패턴으로 이겨냈다. 하지만 2년차 시즌을 맞아 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다.
이젠 완벽히 신무기로 자리잡은 모양새다. 10개의 탈삼진 중 절반인 다섯 차례나 컷패스트볼을 결정구로 구사했다. 특히 우타자 몸쪽으로 파고 드는 공은 연거푸 헛스윙을 유도했다. 컷패스트볼은 헛스윙 뿐만 아니라, 땅볼을 유도하기에도 좋은 공이다. 날카롭게 변화해 배트 중심을 비켜가기 쉽다.
코리안 메이저리그 사상 첫 전반기 10승을 이끈 건 '변화'였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자세가 그를 빅리거로 만든 것 아닐까. 괴물의 진화는 어디까지일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