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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철 코치 "이태양, 위협구도 필요하다"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4-07-10 18:53


한화 이태양이 9일 넥센전에서 난조를 보인 것에 대해 정민철 투구코치는 위협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브러시백 피치(brushback pitch)'

타자의 머리카락이 뒤로 넘어갈 정도로 몸쪽으로 바짝 붙이는 위협구를 뜻하는 말이다. 상대 타자에게 공포감을 심어주고, 기를 제압하기 위해 던지는 일종의 투구 전략이다. 위협구 때문에 타자와 투수간 신경전이 펼쳐지고 벤치클리어링까지 발생하지만, 투수 입장에서는 상황에 따라 던질 수 있는 공이다.

한화 이글스 이태양은 지난 9일 청주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3⅔이닝 동안 14안타를 맞고 9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이전 6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며 올스타에 뽑히고,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 후보 명단에도 오른 이태양은 생애 최악의 투구를 하고 말았다. 자신의 한 경기 최다 피안타 및 실점 기록이었다.

하루가 지난 10일 이태양은 "어제 할아버지와 통화를 했는데, 꾸중은 안하셨고 그런 날도 있다고 격려해 주셨다. 나도 잠은 아주 잘 잤다"며 평소대로 밝은 표정을 지으며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태양의 성장을 돕고 있는 정민철 투수코치는 어떻게 봤을까. 정 코치는 "그런 날도 있다. 1년에 25번 이상 선발로 나가면 3~4번 정도는 대량 실점할 수 있다"며 "태양이는 컨디션이 좋을 때는 잘 던지는데, 좋지 않은 날에는 힘으로만 던지려고 하는 습관이 있어 나쁜 결과가 나온다. 그것을 극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태양이 올시즌 선발 경기에서 5점 이상 준 것은 전날 넥센전을 포함해 2번 있었다. 지난 5월 27일 대전 NC 다이노스전에서 3이닝 7실점을 기록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후 6경기 연속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의 호투를 이어가며 붙박이 선발로 자리잡았다. 정 코치가 '그런 날도 있다'라고는 했지만, 한꺼번에 무너지는 현상이 반복돼서는 곤란하다.

일단 이태양은 휴식일에 따라 투구수가 큰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6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할 때 4일 휴식후 등판이 1번, 5일 휴식후 등판이 4번, 7일 휴식후 등판이 1번이었다. 이 기간 경기당 평균 투구수는 114.3개였다. 지난달 27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자신의 한 경기 최다인 125개까지 던졌다.

정 코치는 "태양이는 한계 투구수가 110개 이상이다. 주로 5일을 쉬고 나오지만, 4일을 쉬어도 투구수에는 큰 영향이 없다"면서 "다만 위기 상황에서 여유를 가지고 조절을 해야하는데 너무 (스트라이크)존 위주로만 던지려고 한다. 어제도 공이 높았고, 존을 공략하는 공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정 코치는 이어 "가끔 위협구를 던지면 상대 타자가 '저 투수가 날 의식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두려움을 가질 수 있다. 어차피 공은 투수가 가지고 있고, 투수에 의해 경기가 진행된다. 몸을 맞히라는게 아니라 위협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코치는 자신의 선수 시절 일화도 소개했다. 박정태 양준혁 이병규 홍성흔을 상대할 때 가끔 위협구를 던져 기를 제압했다고 한다. 정 코치는 "준혁이형이나 성흔이는 액션이 크지 않았나. 그럴 때면 가끔 몸쪽으로 바짝 공을 붙여서 위협을 주곤 했다. 그러고 나면 잘 치지 못했다"면서 "투수는 착하게만 던질 필요는 없다. 타자에게 두려움과 혼란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양은 오는 15일 인천 SK전을 마지막으로 전반기 등판을 마무리한 뒤 18일 광주에서 열리는 올스타전에 참가한다.
청주=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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