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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의 '새 마무리 경연', 채병용vs울프 2파전이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4-07-09 10:41


17일 오후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2014 프로야구 삼성과 SK의 경기가 열렸다. 5회초 1사 1루서 SK 채병용이 마운드에 올라온 이만수 감독에 의해 강판되고 있다.
인천=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6.17.

SK 와이번스의 새로운 마무리 경쟁, 결국에는 2파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채병용vs울프'의 구도가 유력하다.

이만수 SK 감독은 사실상 시즌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8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후반기에는 선발 중에서 한 명을 마무리로 전환해 승부를 한번 걸어보겠다"고 했다. 비장한 결단이다. 팀이 8위에 머물러 있지만,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뚝심이 느껴진다.

그런데 냉정히 말해 시즌 중반 이후 '선발의 마무리 전환'은 정말 최후의 카드다. 그만큼 팀의 투수진이 붕괴됐다는 증거다. 만약 이 방법마저 통하지 않는다면 이후에 벌어질 후폭풍은 쉽게 상상이 된다. 팀도 어수선해질 뿐만 아니라 해당 선수에게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엄청나게 심사숙고 해야만 한다. 이 감독 역시 "성 준 수석코치, 조웅천 투수코치와 함께 올스타 휴식기 동안 깊이 논의해 결정하겠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넥센과 SK의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가 22일 목동구장에서 열렸다. SK 이만수 감독이 6회말 2사 1루 넥센 안태영의 적시타로 동점을 허용한 울프를 마운드에서 내리고 있다.
목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6.22/
그렇다면 현 상태에서 가장 유력한 '낙점 후보'는 누굴까. 이 감독은 "열외는 없다. 모든 선발이 전부 대상이다"고 했다. SK는 새로 합류하는 외국인 투수 트래비스 밴와트까지 포함해 총 6명의 선발 자원을 갖고 있다. 에이스 김광현을 비롯해 채병용과 고효준 박민호 등 토종 선발이 4명 있고, 외국인 선발 울프와 트래비스가 있다. 이 6명이 전부 후보다. 아무리 김광현일지라도 열외는 없다.

하지만 6명 후보의 경력과 현재 상태를 따져보면 '유력 후보'는 금세 추려진다. 가장 확률이 낮은 선수부터 제외해보면 답이 나온다. 우선 가장 확률이 떨어지는 선수. 바로 트래비스다. 조조 레이예스의 대체 선수로 영입한 트래비스는 9일에 입국해 팀의 선발 자리를 맡을 예정이다. 사실 '외국인 마무리'는 올해와 같은 체제에서는 활용도가 매우 떨어진다. 그래서 오직 KIA 타이거즈만이 외국인 마무리를 쓰는 형편이다. SK가 시즌 중반에 영입한 선수를 마무리로 쓸 가능성은 0%에 가깝다. 선수 본인도 경험이 없다. 일단 제외다.

다음으로는 고효준과 박민호가 제외된다. 고효준은 5월에 군에서 제대해 팀에 합류했다. 선발로 나름의 역할을 한다. 그러나 마무리를 맡을 수 있는 스타일이 아니다. 제구력도 불안한데다 심리적인 면에서도 적합치 않다. 과거 김성근 감독 시절 마무리로 잠깐 나선 적이 있는데,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신인투수 박민호 역시 마무리로 쓰기에 적합하지 않다. 구위나 경험면에서 크게 부족하다.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 다음으로 김광현을 생각해볼 수 있다. 꽤 미묘하다.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트래비스, 고효준, 박민호 보다는 확률이 높다. 실제로 이 감독은 지난해말부터 김광현을 마무리로 기용할 수도 있다는 뜻을 은근히 내비쳐왔다. 구위나 배짱면에서는 최고의 마무리감이다.

그러나 이건 효용가치가 떨어지는 구상이다. 우선 김광현은 팀내 다승 1위의 선발이다. 그나마 허약한 선발진의 기둥같은 존재다. 아무리 뒷문 단속이 중요하다고 해도 1선발 김광현을 마무리로 돌리는 건 최악의 임시방편이다. 게다가 김광현은 오랜 부상에서 이제 막 건강을 되찾은 상태다. 불규칙한 등판을 할 수 밖에 없는 마무리를 하게되면 또 몸이 망가질 위험이 있다. 팀을 위해서나 선수를 위해서 '김광현 마무리'는 가장 피해야 할 카드다.


결국 남는 것은 채병용과 울프다. 두 선수의 마무리 가능성은 꽤 높다. 서로 장점이 있다. 우선 경험면. 채병용은 큰 무대에서 마무리를 자주 했다. 2009년 한국시리즈가 대표적인 장면이다. 배짱, 구위, 경기 운영력 면에서도 출중하다.

울프도 이에 못지 않다. 특히 울프는 미국 시절에 불펜 경험이 압도적으로 많다. 메이저리그 경력 47경기 중에서 선발은 고작 3회 뿐이다. 마이너리그에서는 무려 478경기 중에 460경기에서 불펜을 맡았다. 통산 세이브는 마이너리그에서 29개 뿐이지만, 경기 후반에 나와 1~2이닝 정도를 막는 역할을 잘 해낼 수도 있다. 하지만 '외국인 마무리'라는 한계도 분명하다.

과연 이만수 감독을 비롯한 SK 코칭스태프는 뒤늦은 '마무리 경쟁'의 승자로 누구의 손을 들게 될까. 그리고 새 마무리는 과연 팀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까. SK의 후반기 행보가 꽤 흥미로울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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