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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발해야 합니다" LG 정성훈의 안타까운 사연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4-07-08 10:08



"내일 제 머리가 조금 달라져있을거예요."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리기 전인 7일 창원 마산구장. 경기가 열리기 전 3루측 원정팀 덕아웃에 경기 준비를 마친 정성훈이 의자에 앉아 멍하니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걱정이 많은 듯한 얼굴이었다. 최근 송구에 머리를 맞아 뇌진탕 증세를 겪는 등 컨디션 관리가 힘들었다. 시즌 초반 잘 맞던 방망이도 최근 조금 주춤한 상황. 정성훈은 갑자기 "내일 아무래도 삭발을 하고 경기장에 가야할 것 같다"고 했다. 평소 독특한 언행으로 관심을 모으는 정성훈이기에, 더운 날씨 심기일전 해보겠다는 마음가짐을 삭발로 표현한다는 뜻인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안타까운 사연이 숨어있었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 살아간다. 조금만 팬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면 극심한 비난이 날아든다. 특히, 인기있는 몇몇 팀 선수들은 더욱 심한 질책을 들어야 한다. 야구란 스포츠 자체도 다른 종목에 비해 더욱 많은 스트레스를 야기한다. 계속해서 뛰거나 차라리 힘을 쓰는 운동은 상대적으로 심리적 영향을 덜 받기 마련이다. 하지만 야구는 경기 중에도 생각할 시간이 많다. 머릿속 계산과 마음속 의욕으로는 4안타를 칠 수 있을 것 같은데, 정작 타석에 들어서면 안타 1개를 못치는 자신에 답답해하면 그보다 더 큰 고통이 없다고 한다.

때문에 스트레스로 인한 원형탈모 증세를 겪는 선수들의 수가 적지 않다. 머리가 빠질 정도의 스트레스. 정말 극심한 스트레스다. 정성훈도 이를 피해가지 못했다. 사람들은 정성훈에게 박혀있는 이미지 때문에 "별 걱정 없이 야구를 한다"고 쉽게 말할 수 있지만 당사자가 겪는 고통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정성훈은 "예전에도 조그마한 원형 탈모 증세가 있긴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최근 머리를 감기가 무서울 정도로 머리가 많이 빠진다. 아예 머리를 시원하게 자르는 것이 신경도 덜 쓰이고 나을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두피 관리를 하지 않아서, 좋은 샴푸를 쓰지 않아서 빠지는 머리가 아니다. 스트레스로 인한 원형탈모 증세라 어떻게 손을 써볼 수도 없다. 병원에서 주사 치료 등을 받으면 호전되기는 하지만, 원형탈모를 치료하는 약물에는 스테로이드 성분이 들어있어 도핑 테스트를 받아야 하는 야구 선수에게 당장의 치료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야구선수 이전에 한 명의 남자로서, 한 명의 가장으로서 정상적인 생활에 방해를 받으면 안되기에 안타까운 사연이다.


결국 야구가 문제다. 6월 말부터 뚝 떨어진 타격감이 걱정이다. 정성훈은 "젊었을 때는 야구가 안되도 큰 걱정 안하고 살았던 것 같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달라지고 있다"며 "스트레스를 안받아야 하는데, 성격상 머릿속에서 야구에 대한 생각을 계속 놓지 못한다. 그 부분이 조금 안좋게 작용한 것 같다. 결국, 치료제는 하나다. 야구를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조금 부진해도 어차피 시즌이 끝나면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할 타자고, FA 계약으로 안정적인 수입을 올리는 그이지만 당장 팀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으로 매일같이 스트레스 속에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7일 NC전에서 4회 무사 1, 2루 찬스서 3루쪽 번트를 대고 필사적으로 뛰어 1루에서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무언가 해보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장면. 하지만 8회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됐다. 1-4로 리드를 당하던 상황에서 2사 만루 찬스가 정성훈에게 왔다. 정성훈은 바뀐 투수 마무리 김진성을 상대로 우중간을 가를 시원한 타구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상대 수비 이종욱이 믿기지 않는 수비로 공을 잡아내 정성훈의 3타점을 가로막았다. 잘 치고, 잘 잡았다. 정성훈 입장에서는 '내 타구는 좋았다. 상대 선수가 잘한 것 뿐'이라고 마음을 편하게 먹을 필요가 있는 장면이었다.

정성훈 뿐 아니라 많은 선수들이 평소 주변의 관심에 강한 책임감을 느끼고, 원하지 않는 성적을 거둘 경우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성적을 떠나 열심히 하는데 욕을 먹으면 괴롭다. 필요 이상의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선수에게 주변의 따뜻한 관심과 격려가 필요할 때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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