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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제 머리가 조금 달라져있을거예요."
때문에 스트레스로 인한 원형탈모 증세를 겪는 선수들의 수가 적지 않다. 머리가 빠질 정도의 스트레스. 정말 극심한 스트레스다. 정성훈도 이를 피해가지 못했다. 사람들은 정성훈에게 박혀있는 이미지 때문에 "별 걱정 없이 야구를 한다"고 쉽게 말할 수 있지만 당사자가 겪는 고통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정성훈은 "예전에도 조그마한 원형 탈모 증세가 있긴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최근 머리를 감기가 무서울 정도로 머리가 많이 빠진다. 아예 머리를 시원하게 자르는 것이 신경도 덜 쓰이고 나을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두피 관리를 하지 않아서, 좋은 샴푸를 쓰지 않아서 빠지는 머리가 아니다. 스트레스로 인한 원형탈모 증세라 어떻게 손을 써볼 수도 없다. 병원에서 주사 치료 등을 받으면 호전되기는 하지만, 원형탈모를 치료하는 약물에는 스테로이드 성분이 들어있어 도핑 테스트를 받아야 하는 야구 선수에게 당장의 치료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야구선수 이전에 한 명의 남자로서, 한 명의 가장으로서 정상적인 생활에 방해를 받으면 안되기에 안타까운 사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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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NC전에서 4회 무사 1, 2루 찬스서 3루쪽 번트를 대고 필사적으로 뛰어 1루에서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무언가 해보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장면. 하지만 8회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됐다. 1-4로 리드를 당하던 상황에서 2사 만루 찬스가 정성훈에게 왔다. 정성훈은 바뀐 투수 마무리 김진성을 상대로 우중간을 가를 시원한 타구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상대 수비 이종욱이 믿기지 않는 수비로 공을 잡아내 정성훈의 3타점을 가로막았다. 잘 치고, 잘 잡았다. 정성훈 입장에서는 '내 타구는 좋았다. 상대 선수가 잘한 것 뿐'이라고 마음을 편하게 먹을 필요가 있는 장면이었다.
정성훈 뿐 아니라 많은 선수들이 평소 주변의 관심에 강한 책임감을 느끼고, 원하지 않는 성적을 거둘 경우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성적을 떠나 열심히 하는데 욕을 먹으면 괴롭다. 필요 이상의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선수에게 주변의 따뜻한 관심과 격려가 필요할 때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