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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적으로 평가되는 투수를 조기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결과는 어땠을까?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한판이었다. LG의 대단한 상승세를, LG 천적 이재학이 막아낼 수 있느냐에 승부가 걸린 한판이었다. LG는 6연승을 거두는 팀이어도, 이재학은 부담스러웠다. 올시즌 LG를 상대로 3경기 등판, 3승 평균자책점 1.66을 기록하던 이재학이었다.
사실 초반 흐름은 NC쪽으로 완전히 넘어가는 듯 했다. LG 선발 티포드가 1회 난조를 보이며 무려 4점을 내줬기 때문. 하지만 티포드가 2회부터는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추가 실점을 하지 않아 경기는 끝까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NC 김경문 감독이 빠른 결단을 내렸다. 4-1 스코어, 6회초 1사 상황서 이진영에게 안타를 허용하자 김 감독은 이재학을 곧바로 마운드에서 내렸다. 투구수 81개에 그쳤다. 확인 결과, 아프거나 불편한 부분은 전혀 없었다. 감독의 결단에 의한 교체였다. LG에 강한 이재학, 그리고 경기에 중요성을 감안할 때 이른 교체로 보여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교체에는 깊은 뜻이 숨어있었다. 이재학은 이날 경기 이진영, 이병규를 상대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2회 이진영, 이병규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실점했다. 4회에는 이진영에게 안타, 이병규에게 볼넷을 내준 뒤 정성훈에게 내야안타까지 허용하며 무사 만루 위기를 맞았다. 아무래도 김 감독의 머리 속에는 이 장면들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3점의 크지 않은 리드, 그리고 투구수가 많아지며 아무래도 공의 힘이 떨어질 상황에서 다시 한 번 위기가 찾아오면 이재학도 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김 감독은 판단했다. 그렇게 이병규를 상대로 좌완 문수호를 올렸고, 3루 땅볼을 유도해내며 큰 위기 없이 6회를 마쳤다.
이재학의 조기 교체 뿐 아니다. 휴식을 앞둔 NC는 투수 자원을 총출동시키며 승리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6회 문수호가 한 타자만을 상대하고 원종현에게 바통을 터치했고, 이후 이민호 손정욱이 이어 던졌다. 8회 2사 만루의 위기를 맞이하자 마무리 김진성을 조기 투입했다. 감독의 의지를 느꼈는지, 이종욱은 우중간 2루타성 타구를 펜스에 부딪히며 잡아내는 슈퍼 캐치로 팀을 살렸다.
창원=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